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시대착오적인 '중국영화법'

최수문 문화레저부 차장

“영화 창작·제작·배급·상영 등 영화활동에 종사할 경우 인민을 위해 복무하고 사회주의를 위해 복무하며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공익과 경제적 이익의 통일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영화산업촉진법’ 제1장 제3조 내용이다. 이름을 ‘영화산업촉진법’이라 붙이고 사회주의 사상의 고양과 산업적 진흥을 함께 이루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중국식 사회주의가 우선’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영화법은 오는 3월1일 공식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 내 문화 관련 최초의 법률이다. 그동안은 ‘관리조례’라는 국무원령에 근거했다. 이제는 중국도 문화산업에 법률이라는 공식 규칙을 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안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동안 애매했던 절차가 구체화됐다. 관리 감독 권한도 기존에 광전총국에서만 갖고 있던 것을 일부 지방정부로 이전하기도 했다. 산업적 지원 시스템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은 분명하게 문화에 대한 규제가 먼저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의 한중 관계와 겹쳐진다. 중국이 영화활동에서 ‘공익’을 최우선적으로 취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국 영화에 대해 보복했을 때 중국 영화산업에 손해가 오더라도 이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향후 다른 문화 부문에도 ‘영화법’과 비슷한 내용을 작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류에 대한 제재 조치인 ‘금한령(禁韓令)’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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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문화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생명으로 한다. 창작의 자유를 갖지 못한다면 산업적 측면이든 순수 문화든 문화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우리도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문제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는 문화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명시적 선언이 3월 시행되는 중국영화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전 세계 문화산업계에서 큰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는 허울뿐일 수 있다. 창작의 자유가 없는 문화는 좀비와 같다. 왕치산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중국에서는 왜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작품을 못 만드나”라고 문화계 인사들을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3년 전에 한 말이다. ‘별그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가 모른다니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드라마 작품의 내용을 단속하는 일도 포괄적으로 왕 서기의 업무 중 하나다.

이른바 금한령으로 중국 당국은 한국에 복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기적으로 한국 문화산업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은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장기적으로 최근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 문화계가 될 듯하다. chsms@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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