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으로 캠프 인사들도 충격에 빠졌다. 반 전 총장을 항상 수행해왔던 이도운 대변인 등 공보팀 실무진 역시 직전까지 불출마 회견 내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이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할 때 이 대변인 등 공보팀은 주변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회견이 끝난 뒤 반 전 총장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국회를 빠져나가지 못하자 “다음에 다시 인사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대신 말을 하며 길을 트기도 했다.
이날 공보팀은 기자회견 10분 전까지 회견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진행한 기자회견은 공식적으로 예고되지 않은 깜짝 일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회견 직전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보통 기자회견을 하려면 메시지를 준비하라는 연락이 미리 와야 하는데 전혀 연락이 안 와서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캠프 내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회견이 끝난 뒤 서울 마포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로 이동해 참모진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서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표를 얻으려면 보수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며 “나는 보수지만 그런 얘기는 내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참모진이) ‘결단을 존중한다’ ‘같이 모시고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