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 도전을 전격 포기했다.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예고 없이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을 찾아 “많은 분들을 실망 시킨 점을 깊이 사죄한다”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지난달 12일 귀국하면서 “정치교체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이 한 몸을 불사르겠다”며 대선 출마를 강력히 시사했던 그의 대권 도전은 불과 3주 만에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반 전 총장의 포기로 그러잖아도 가뜩이나 안갯속 같았던 대선 구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일반의 예측을 너무 빗나가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여론의 첫 반응이다. 그는 이날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겼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달 귀국 당시만 해도 20%대의 지지율을 보이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하는 보수·우파의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오락가락하는 정치행보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설 연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그렇다 해도 급작스런 대선 포기에 대해 “이러려면 왜 나왔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가 대권 도전을 밝히면서 내세운 것이 ‘정치교체’다. 야권이 주창해온 ‘정권교체’ 프레임을 넘어 낡은 여의도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가 불출마 선언에서 밝힌 ‘이유’ 대부분이 정치교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검증 과정’이었다. 이조차 극복하지 못할 정도였다면 그의 대권 도전은 아무리 봐도 섣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