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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정권코드' 맞추려다…잘못 찍은 '흥행코드'

CJ E&M 영화사업 부진 청와대 외압 탓이다?

광해·변호인 등으로 미운털 박혀

정권 입맛 맞는 애국영화로 선회

코드 맞추기용 라인업에만 집중

다양성 잃고 영화사업 부진의 늪

해외직배사에 시장점유율도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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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의 영화사업이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 CJ E&M의 전체 매출액과 방송부문 매출액 전망치가 각각 1조4,814억원과 1조9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성장가도를 이어간 반면, 영화부문 매출액 전망치는 1,751억원으로 2015년(2,380억원)에서 큰 폭으로 뒷걸음쳤다. 이에 대한 뚜렷한 원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CJ E&M의 영화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은 박근혜 정권의 지나친 간섭과 자기 검열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CJ E&M의 ‘정권 코드 맞추기’ 의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손경식 CJ 그룹 회장을 2014년 11월 안가로 불러 CJ그룹 영화와 방송 사업 등이 ‘좌편향’됐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 실체를 드러내는 중이다.

◇‘변호인’ 등으로 미운털= 1일 업계에 따르면 CJ E&M의 전체 실적은 최근 수년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영화사업부문에서는 분기별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CJ E&M의 2016년 4·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4,078억원에 영업이익은 42.7% 가량 증가한 17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영화 사업부문은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CJ E&M은 2016년에는 시장점유율 1위를 간신히 지켜냈지만 2015년 22.9%이던 점유율이 2016년에는 17.3%로 급감했다.

CJ E&M의 이 같은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정부 코드 맞추기’의 결과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CJ E&M이 투자배급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9월 개봉)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해 ‘변호인’(2013년 12월 개봉)으로 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것. ‘변호인’은 CJ E&M이 배급한 CJ E&M의 작품이 아니라 CJ 계열사인 CJ창업투자(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한 작품이다. ‘변호인’은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송우석(송강호)가 故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는 ‘좌편향’ 영화로 분류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2013년 말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를 압박해 이 부회장은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미국행을 택했다는 것이 특검조사에서 드러났다.


◇애국영화로 코드 바꿨지만= CJ E&M이 박근혜 정권에 이른바 ‘찍혔다’는 설은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흘러나왔으며, 이후 정권 입맛에 맞는 영화를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명량’은 국민의 영웅이기는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역사적 인물인 이순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코드 맞추기’라는 평가가 있었다. ‘국제시장’ 역시 파독 광부들을 소재로 한국의 현대사를 그려낸 작품이지만 지나치게 당시 상황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이 두 작품은 1,000만 관객을 돌파해 CJ E&M 실적에 긍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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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외에 애국심 고취용 작품들은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애국·보수 코드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인천상륙작전’은 700만 가량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정권 코드 맞추기용’ 작품을 라인업에 올리는 데 집중한 나머지 다른 작품을 선정하는 데는 소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박근혜 정권 이전인 2011년 CJ E&M의 시장점유율은 36.4%였으며, ‘완득이’, ‘써니’, ‘트랜스포머3’, ‘도가니’ 등 사회비판 영화부터 할리우드 대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점유율 27.3%이던 2012년에도 ‘베를린’, ‘연가시’,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CJ E&M은 다양한 작품을 개봉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이후 사회비판 영화로는 정치권이 아닌 재벌의 ‘갑질’에 포커스가 맞춰진 ‘베테랑’ 정도였다.

◇해외직배사에 안방 내줘= CJ E&M의 부진으로 국내 4대 배급사의 2016년 시장점유율은 47.7%로 50%를 넘지 못했다. 이는 4대 배급사 체제가 갖춰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CJ E&M의 부진으로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등 해외직배사들이 약진했다. 2015년 11.5%이던 디즈니는 2016년 12.5%로 점유율을 확대했으며 같은 기간 워너브러더스는 5.5%에서 10.3%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CJ E&M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에는 무려 36.4%에 달하는 등 2위와 격차가 큰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으나 2016년 상반기에는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에 1·2위를 넘겨주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 시장 1위 사업자에 대한 정권의 압박과 해외직배사들의 약진이 겹치면서 한국 영화 시장이 다소 침체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현 정권의 문화정책은 결국 문화융성이 아닌 문화침체를 야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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