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오일허브 구축 사업이 올 상반기 일부 기반시설 완공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법 개정과 투자자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대규모 탱크 터미널을 국내에 건설해 석유 및 관련 기업과 인력을 집중하고 그에 따른 거래 발생을 기반으로 금융과 물류 인프라의 중심이 되겠다는 사업이다. 상업 운전을 하고 있는 여수기지(820만배럴)를 포함해 새로 만드는 울산북항기지(813만배럴), 울산남항기지(1,850만배럴) 등 3곳이 중심이다.
동북아 3국은 세계 원유 교역량의 32.5%, 석유제품 교역량의 26.5%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지리적 위치, 세계 6위의 정제능력, 항만 인프라 등을 감안할 때 신규 오일허브 형성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오일허브 1단계인 울산항 북항 사업 기반시설은 현재 공정률 95%로 올 상반기에 준공된다. 2단계 남항 사업은 3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규모와 방식이 정해진다. 북항의 기반시설이 완공되면 곧바로 저장탱크 등 상부시설 공사에 들어가 2019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일시 멈춘 상태다. 주요 투자자가 투자 의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오일허브 북항 사업 투자자 구성은 한국석유공사가 26%, S-OIL 11%, 한화토탈과 포스코대우 각 5%, 울산항만공사가 4%를 투자하기로 정해진 상태다. 여기에 중국 국영 석유회사의 자회사 시노마트와 호주의 프로스타 캐피탈이 각각 25%선에서 지분 투자를 위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노마트가 오일허브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참여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자 구성에 차질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사드 보복 조치로 투자 철회 결정이 나온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또 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핵심 요소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투자 의욕을 감소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입법 발의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에는 국제석유거래업 신설 등이 담겨 있다. 국제석유거래업은 석유탱크터미널을 보세구역으로 지정해 기업들이 관세 부과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석대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투자자 지분 구성이 지연돼 상부 저장시설 건립도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불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이기도 한 울산항 오일허브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그럼에도 동북아 오일허브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건설 효과, 탱크터미널 운영 효과 등 모두 3조6,000억원의 경제적 기대 효과가 있다”면서 “국제석유거래업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석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40년까지 누적 기대 효과는 6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