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저를 밀어주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숫자가…믿어지기가 않아요.”
2016년 ‘럭키’로 ‘원톱’ 주연으로서 가능성을 입증하며 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자, 새해 들어서도 ‘공조’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배우 유해진(47·사진)의 인기 비결은 겸손이다. 비수기 11월에 개봉한 ‘럭키’에 관객 700만 명을 동원한 것도, 올해 같은 날 개봉한 ‘더 킹’에 밀려 고전하던 ‘공조’가 설 연휴 대역전극을 펼친 것도 그의 코미디가 입소문을 탔기 때문인데도, 자신을 낮추고 공을 대중에게로 돌렸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공조’도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에요. ‘복 참 많이 받네’ 그런 생각을 해요.”
유해진은 남북 극비 공조 수사를 그린 ‘공조’에서 허술한 남한 형사 강진태 역을 맡아 현빈과 호흡을 맞췄다. 상영이 거듭될 수록 ‘유해진 표’ 웃음이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의 발길이 늘었다. 특히 현빈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자동차에 타는 장면은 관객들이 꼽는 가장 재밌는 장면 중 하나다. “엔지가 좀 나긴 했어요. ‘땀 나네. 시발, 이거’. 대사는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대사만으로는 안돼죠. ‘어, 으, 좀 이렇게 벌리고, 아니 좀 오므리고’ 이런 대사들은 현빈 씨 반응 보면서 제가 채워 넣어야 해요.” 이외에도 처제 민영(윤아)이 누워있는 진태를 철령(현빈)으로 알고 “그 여자 사랑해요?”라고 묻자 “기럼, 사랑하디요”라며 웃음을 참아가며 능청스럽게 철령 흉내를 내다가 “얼른 가서 자”라고 말하는 신 역시 배꼽을 잡게 한다. 그런데 이 장면도 여러 버전이 존재했다고. “‘누구? 니 언니?’ 이렇게 하기도 했고, 여러 버전으로 애드리브를 했어요. 이것거것 만들어놔야 편집할 때 수월하거든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영화 ‘타짜’, ‘베테랑’, ‘럭키’, ‘공조’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그는 요즘 무명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인기를 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힘들 때면 대학 은사님을 찾아가곤 했는데, ‘계속 잘되기만 하는 인생, 그거 재미있을까? 나는 해진이가 계속 연기했으면 좋겠는데’ 딱 이렇게만 말씀하시곤 했어요. 그 말 들으면 대답을 얻은 것도 같았어요, 요즘 그 은사님 말씀이 떠올라요. 그리고 언제까지 요행만 바라겠어요. 운이 다할 때도 있겠죠.”
‘삼시세끼’를 통해 요리 솜씨, 손재주 등 그의 다재다능함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의 취미가 그림 그리기와 미술관 관람이라는 사실은 생소하다. 그는 최근 빅뱅의 콘서트에 참석한 모습이 언론에 알려졌는데, ‘타짜’에 함께 출연한 탑(승현)과 미술이라는 관심사가 통해 친분을 쌓아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로는 에곤 실레를 꼽으며 “인간 자체의 고통을 표현한 것 같아 좋아요”라며 “동정도 들죠”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로 올해 또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