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軍 복무기간 단축 - 반대

김문성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

표만 노린 정치권 空約…국방현실 무시

대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나오는 사병 복무기간 단축을 놓고 찬반 공방이 거세다.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군 복무기간을 1년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다른 대선후보 주자들은 아예 모병제를 실시하자거나 군 복무 단축 공약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 군 병력은 62만5,000명 수준으로 군은 국방개혁 방침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병력을 52만2,0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복무기간 단축에 찬성하는 측은 현대전의 양상 변화로 굳이 대군을 유지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병력 감축에 따른 재원을 국방 현대화에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병력 부족을 메울 모병 비율 확대나 무기체계 고도화에 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드는 만큼 군 복무 단축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저마다의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육군과 해병의 경우 21개월로 돼 있는 현 복무기간을 18개월부터 12개월, 심지어 10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징집 대상자나 그의 가족에게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공약은 대단히 매력적일 것이다. 군 복무는 국민으로서 지니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생명까지도 담보해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무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할 수 있다면 병역 부담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의 임기 동안 급격한 국방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사병의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주자는 공약을 통해 정책의 실행 가능성뿐 아니라 득표 효과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하게 된다. 정책의 실행 가능성보다 득표 효과에 지나친 비중을 둘 때 소위 포퓰리즘 공약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선거에서 얼마나 많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입었는지 되돌아보고 이번 선거에서는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을 갖고 정책 실행 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한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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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기간을 정함에 있어서는 우선 북한을 위시한 외국의 안보 위협에 자조적(自助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방력 유지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산정해야 한다. 청년층 축소로 가용자원의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복무기간까지 단축한다면 국방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감소하는 병력자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체복무요원과 전환복무요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나 이 또한 대상 집단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부족 병력을 대체하는 방안으로 모병 비율 확대 및 무기체계의 고도화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급지원병의 경우 200만여원 수준의 급여에 지원자가 적어 목표 인원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모병 비율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전원 모병제로 바꾸는 것은 국민의 병역세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등 많은 전제 조건이 무르익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유사시 필수 전력을 즉각 동원할 수 있는 동원체계 개선, 예비전력 정예화, 군수운영 혁신 및 민간자원 활용 확대 등의 제도 개선 및 법령 제정이 동반돼야만 한다.

무기체계를 고도화해 병력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예산과 무기체계의 전환기간을 고려한다면 가능 대체율은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 복무기간을 줄이려면 그만큼 무기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중단기간에 이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고도화된 무기체계는 직업군인에 의해 관리되지만 사병이 일정 역할을 담당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또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인공지능(AI)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기체계 관리업무를 AI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한편 국방력에서는 사병의 군 업무 숙련도도 중요한 요소다. 사병이 담당하는 업무 자체는 외국과 같이 단순하지 않고 상당히 복잡하며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외국 병역체계에 비해 장교와 부사관에 대한 사병의 비율이 높다. 국방부는 오는 2025년까지 간부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조정해 상비 병력을 감축할 계획이지만 징집 대상자 감소 현상과 더불어 복무기간까지 대폭 단축하는 것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복무기간이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여러 면에서 우리가 북한에 견주어 우월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비숙련 병력으로 군사력의 균형을 맞추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이상의 점들을 고려할 때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깊은 분석 없이 표만 노리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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