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나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우선순위로 생각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장관은 “한국은 안정적이고 번영된 아시아의 민주주의 사회이지만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대응해야 할 상황에 있다”면서 “위험에 대응해나가기 위해 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매티스 장관은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변함없이 추진하자고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매티스 장관은 “미국은 확장 억제를 포함한 확고한 한국 방위를 약속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3일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면담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매티스 장관이 한국을 취임 후 첫 방문지로 고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세계 경찰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최대 현안은 북한 핵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다. 방한에는 북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가 깔린 셈이다.
두 번째는 대중국 견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을 확장하는 중국에 대해 한국과 미국·일본을 한데 엮는 지역 안보 시스템을 갖추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주요 장관들의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 미국 행정부의 입장에서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장 민감한 사안이 걸린 지역을 찾아 해법을 도출하며 트럼프 행정부 1기의 군사외교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3일 예정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거나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안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역내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정도의 합의가 예상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매티스 장관이 일본 방문을 마친 후 수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4월이면 한국에 일본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대통령선거 전의 분위기에 따라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일본과의 군사 협력 관련 부분은 선거 이후로 연기될 개연성도 남아 있다. 매티스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예상하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매티스의 방한은 그 자체로 북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마쳤다고 큰소리치던 북한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매티스의 방한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발사가 임박했다는 추정을 낳았던 북한의 ICBM은 일단 종적을 감췄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인사들이 대북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정권 초기에 북한이 ICBM 발사 같은 모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북한이 ICBM 대신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