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2일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에서 누가 더 대한민국 개혁의 적임자인지 묻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배경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중도 성향의 안 전 대표가 반사이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층이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해 결집하면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이날 연대 가능성을 시사해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구도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설 연휴 지나면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2주 전에 말한 바 있다”며 “지난해 4·13 총선과 반 전 총장 불출마 예측에 이어 한 번 더 앞으로 다가올 일은 이번 대선이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안 전 대표의 이러한 자신감은 전날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반사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데서 유래했다는 분석이 많다. 전날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한 리얼미터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황교안 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의 지지층 20.4%를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수혜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황교안 대행은 출마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데다가 권한대행이라는 신분이 출마에 큰 제약이기 때문이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하던 유권자 가운데 4명 중 1명은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보층이었다”면서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가 곧장 안철수로 향하지는 않겠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인해)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의 대안으로 인식되는 데는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1월 3주차의 7.4%에서 9%로 상승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안 전 대표가 격차를 12월 3주차 15.8%포인트에서 11.1%포인트까지 좁힌 점은 고무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반문재인’이라는 기치 아래 바른정당·새누리당과 연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른정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박지원 대표 같이 대북관이나 안보관이 불안한 분도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처럼 안보는 보수고 민생은 진보라는 분도 계시다”면서 “범보수 단일화는 사람에 따라 좀 다르다”고 향후 연대의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대 과정을 거쳐 반문 세력이 단일화를 이룬다면 안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기문 전 총장 불출마로 반사이득을 본다는 얘기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문재인과 안철수의 양자대결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정권교체인지 콘텐츠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뚜벅뚜벅 가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