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국가보위상인 김원홍이 전격 해임됐다. 한국으로 치면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핵심 권력자가 숙청된 것이어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동요가 잇따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지난 1월 중순 북한 국가보위상 김원홍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별 4개)에서 소장(별 1개)으로 강등된 후에 해임됐다”고 밝히고 “현재 당 조직지도부가 김원홍과 보위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처벌 수위와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김원홍의 처벌 배경이 표면적으로는 보위성이 저질러온 고문 등 인권 유린, 월권과 부정부패 등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도부 간의 알력, 김정은을 둘러싼 갈등 등도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핵심 측근이자 공포정치를 뒷받침해왔던 김원홍을 해임함으로써 간부층의 동요가 심화하고 체제의 불안정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로 김원홍이 해임된 이유에 대해 “조직지도부에 모든 기관을 통제·검열하는 역할이 부여돼 있어 보위성도 피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조직지도부의 조사 과정에서 보위성 부상급 등 다수의 간부가 처형됐다”면서 “김정은이 핵심 측근이자 공포정치를 뒷받침한 김원홍을 토사구팽한 것은 민심이반이 심화하자 김원홍과 보위성에 책임을 전가해 주민들을 달래고 애민지도자 이미지를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말 국가보위성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총화에서 김원홍을 호되게 문책하고 보위성 핵심 간부를 징계했다. 1차 검열총화 후 당 조직지도부는 김원홍과 보위성 책임비서 박모씨, 그리고 4명의 보위성 부상들에게 “국가보위성은 극단적인 전횡과 권력남용으로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훼손시켰고 꼭대기에서부터 바닥까지 갖은 월권과 부패행위로 악취가 나며 체제보위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는 등 심각한 조직 사상적 과오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강도 검열의 결과에 따라 김원홍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원홍은 1945년 황해북도에서 태어나 김일성정치군사대학을 졸업했다. 보위사령관,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을 거쳐 2012년 보위상에 올라 이듬해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을 당 조직지도부와 함께 주도했다. 김원홍은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