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배정현 판사는 A씨가 B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에서 “은행은 A씨에게 1,3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계좌번호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입력값 등을 알려 줬다. 이후 A씨의 4,700만원짜리 정기예금이 해지됐고 예금은 다음날 오전까지 19차례에 걸쳐 타인 계좌로 모두 빠져나갔다.
A씨는 “내 의사로 예금을 해지한 게 아니고 해지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아 의심거래를 막지 못한 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배 판사는 “은행은 공인인증서나 OTP 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 계약을 해지한 만큼 A씨가 예금 채권을 주장할 수 없다”면서 “다만 은행이 해지 처리 과정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규정된 전화나 대면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금이 단기간에 십수 차례에 걸쳐 이체된 것은 금융위원회가 정한 ‘이상 금융거래’임에도 은행은 이를 막기 위한 임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며 “A씨도 주의를 게을리해 인증서 번호 등을 누설한 점을 감안해 은행 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환급금으로 570만여원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최종 배상액은 1,300만여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