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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인터뷰] 고성현,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바리톤의 또 다른 도전 ‘아제모’

-고성현, 대포 바리톤→‘팬텀싱어’의 스승→배우 도전기


-바리톤 고성현이라는 빅 카드를 들고 나온 MBC‘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팬텀싱어’ 유슬기·백인태·권서경...“스승님 제가 모실게요”

-성악가를 향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첫 발걸음

MBC 주말특별기획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극본 조정선, 연출 이대영·김성욱)’가 바리톤 고성현이라는 빅 카드를 들고 나왔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대포 바리톤’이란 수식어로 잘 알려져 있는 고성현은 90년대 김동규 최현수 등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 바리톤”으로 주목받았다.

바리톤 고성현이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 출연한다/사진=MBC바리톤 고성현이 MBC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 출연한다/사진=MBC


성악 인생 40년 동안 늘 오페라 현장을 지켜온 이 또한 고성현이다. 그는 대포 같은 폭발적인 성량에 따뜻한 윤기와 탄력까지 더한 목소리로 국내는 물론 오페라의 종가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지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성악가이다.

성악가들은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오페라 가수 중엔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베이스, 그리고 고성현이 있다”고 말 할 정도. 그만큼 동료 및 선 후배 성악인들이 엄지를 치켜드는 흔치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 세계를 호령할 대한민국 바리톤 고성현의 차기작이 주말 드라마?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나와 “최강 바리톤”임을 끊임없이 주지시킨 박상돈의 영웅 또한 고성현씨로 알려져있다. 박씨는 ‘하루라도 고성현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첫 예선에서 고성현씨의 ‘시간에 기대어’란 곡을 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성악가들의 롤 모델이자,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고성현씨가 주요 레퍼토리인 오페라 ‘리골레토’ ,‘토스카’ ,‘팔리아치’, ‘아이다’ ,‘나부코’, ‘오텔로’ ,‘안드레아 셰니에’ 가 아닌 주말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드라마 출연 소식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반가움’, 혹은 ‘의구심’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성악가 역량도 살리고, 대중과도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우선 첫 번째 놀라움은 성악가가 공중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1982년 故 윤치호 성악가가 커피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됐고, 바리톤 김동규는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하며 예능감을 뽐냈다. 이 외에도 몇몇 성악가들이 교양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반짝 주목을 받았다.

고성현씨는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서 배우로 나선다. 반짝 등장이 아닌 드라마 전개상 꼭 필요한 역할로 드라마에 투입된다. ‘류명진’으로 분할 고성현은 이수경의 숨겨진 아버지이자, 윤미라의 첫사랑으로 등장한다. 4일에 방송되는 25회에 첫 등장 할 예정.

극 중에서도 성악가로 등장하는 고성현은 “저와 전혀 다른 인물이 아닌, 성악가로 등장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 좋았지만, 오페라 무대가 아닌 브라운 관을 통해 사람들을(시청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떨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첫 드라마 출연에 불씨를 당긴 이는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의 작가 조정선씨이다. 우연한 기회에 고성현의 크로스오버 정규앨범 ‘시간에 기대어’ 음반을 구입해 들은 조 작가는 그 속에 든 ‘서툰 고백’이란 곡을 듣고 가슴이 아려와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 작가는 노래의 주인공을 찾아와 서툰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선생님 노래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어서가 아니다. 선생님께서 연기자로 나와 인기를 누리길 바라는 게 아니다. 40년간 한 마음으로 음악을 위해 살아온 분이지 않나. 선생님의 고뇌가 저희 드라마랑 잘 통하고 연기자분들이랑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셨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제 마음도 충분히 녹아지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된 거죠.”

/사진=MBC/사진=MBC


▶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바리톤이 보여 줄 인생 이야기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서울대학교 성악과 81학번 입학동기인 고성현은 대한민국을 일궈가고 있는 50~60중후반의 중년들에게 “수고했어. 고마웠어”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나이든 남자를 보다 격식을 차려야 하는 오페라 무대가 아닌 친근한 브라운 관에서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기회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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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5·16군사정변등을 겪은 세대들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현재를 돌아보면 조금 외로운 것 같아요. 불빛들이 서서히 꺼져가겠지만, 그 때 시대를 같이 살았던 이들과 함께 가곡 ‘청산에 살리라’(작곡 김연준)도 들어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보자. 그런 작은 소명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죠. ”

스승 고성현, 제자 유슬기, 권서경, 백인태 /사진=지수진 기자, MBC스승 고성현, 제자 유슬기, 권서경, 백인태 /사진=지수진 기자, MBC


▶ ‘팬텀싱어’ 유슬기·백인태·권서경...“스승님 제가 모실게요”

오페라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중들이 고성현씨의 드라마 출연 소식에 ‘반가움’을 내보였다. 바로 최근 시즌 1을 마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인기 중심에 선 성악가 3인방 테너 유슬기·백인태,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의 스승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성악과 교수인 고성현은 제자들의 ‘팬텀싱어’ 출연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한다. “성악가다운 행동을 안 하면 저에게 혼나니까 말을 못했던 것 같아요.”라며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내 보였다.

제자들이 우려를 보였던 것과 달리 스승은 그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얼마 전 제 생일 때 다 모여서 제가 한 마디 했어요. ‘다 멋있더라. 이상한 노래를 부른 게 아니었으니까. 멋있더라. 우리 성악의 멋을 제대로 알리고 왔더라’ 며 칭찬해줬어요.”

테너 백인태 역시 “선생님 생신 때, 선생님이 저희가 출연한 ‘팬텀싱어’ 이야기만 계속하실 정도로 너무 좋아해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했다.

사실 제자들의 ‘팬텀싱어’ 출연으로 성악곡들의 아름다운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뒤늦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빠졌다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 또한 “너희들 셋 때문에 내가 인사를 더 받는다고 하시면서 너무 좋아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고성현 선생님의 제자란 것을 뿌듯해했다. 이에 스승은 “이 얼굴 뜯어먹을 놈”이라며 훤칠한 외모를 소유한 제자에게 애정이 담긴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오랜 시간 스승과 시간을 함께 해온 유슬기 백인태는 고성현의 애제자로 알려져있다. 스승이 “뺀질 뺀질 매력이 넘치는 제자들로 예쁘게 잘 컸다”고 소개하면, 제자는 “선생님이 매력이 넘치니 저희들도 매력이 넘칠 수 밖에 없어요”라고 답하며 웃음꽃을 피어가는 사이다.

백인태는 “저희는 눈치를 보거나 하면서 선생님을 대하기 어려운 무서운 분으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 대 인간으로 너무 좋아한다”며 넉살을 더했다.

‘팬텀싱어’ 주역들, 테너 유슬기-베이스 권서경-테너 백인태/사진=지수진 기자‘팬텀싱어’ 주역들, 테너 유슬기-베이스 권서경-테너 백인태/사진=지수진 기자


▶ 우려의 눈이 아닌 ‘선의’의 울림을 기대하며

성악가들이 무대에서 성악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적인 클래식 업계는 성악가들의 매체 출연에 우려의 시선을 먼저 보인다. 물론 이는 성악계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을 때에 한한다.

고성현씨는 “성악가가 TV에 출연해서 누가 되는 것이 아닌 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뜨거운 감성의 소유자이자 음악속에 새겨진 드라마 하나 하나를 연기에 담아내는 오페라 가수답게 그가 분할 ‘류명진’ 역시 또 다른 울림을 안겨 줄 듯 하다.

이제 그에게 남겨진 숙제는 “그가 살아온 인생의 결, 그리고 선의가 잘 전달 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이다.

백인태 역시 성악 전공자들의 매체 출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승을 향한 그의 바람이 꼭 이루어졌으면 했다.

“음악과 연기 모두가 뛰어난 예술가인 선생님이, 성악가를 향한 선입견을 바꿀 수 있는 첫 음악인이 되었으면 해요.”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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