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도드-프랭크법’의 일부 내용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전임 행정부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세워둔 금융규제의 틀이 상당 부분 변형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도드-프랭크법의 완화를 지시한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 대형은행 자본확충 의무화, 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건의 행정명령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 등 관련 부처에 ‘도드-프랭크’ 금융규제법률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할 것임을 시사한 만큼, 행정명령도 이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콘 NEC 위원장은 현행 금융규제제도 때문에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현금을 깔고 앉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은행들이 다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콘 위원장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법의 파탄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큰 은행들에 맞서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도로의 규칙을 쓰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