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 미국과 극적인 관계개선에 성공한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대립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쿠바와 미국 간 관계도 과거의 적대관계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맺은 ‘핵합의’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강경노선을 택했으며 쿠바는 향후 미국의 행보에 따라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최근 미사일 도발을 일으킨 이란에 책임을 물어 개인 13명과 단체 12곳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했다고 공표했다. 제재 대상은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과 지원에 연루된 인사와 단체다. 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나온 첫 대이란 제재다. 미 재무부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란 핵합의’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제재로 양국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이어가며 이 같은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으로 “이란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 그들은 나와 달리 ‘착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감사하지 않는다”며 전 행정부의 업적을 깎아내린 후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로 1,500억달러(약 171조원)라는 생명줄을 주기 전까지 붕괴 위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년과 달리 이란에 대해 계속 단호하게 나갈 것”이라며 “이번 제재는 그 같은 기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4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란을 “세계 최대 테러 지원국”으로 지칭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란은 ‘강대강’으로 맞섰다. 이란 외무부는 자국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이란은 자주국방력을 키우는 데 (미국의) 허가가 필요없다”며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란은 또 자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행정명령에 맞서 서부도시 케르만샤에서 열리는 국제레슬링대회에 출전한 미국대표팀의 입국비자 발급을 거절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전 행정부의 외교성과로 꼽히는 쿠바와의 관계에도 먹구름이 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3일 “우리는 쿠바에 대한 정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모든 세계 시민들의 인권 향상이라는 어젠다에 전념하며 대(對)쿠바 정책을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이기 전까지 쿠바인과 미국인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주시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쿠바 시장에 갓 진입한 미국 회사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