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없는 라운드를 했다는 게 중요하다. 영리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본격 데뷔했지만 ‘베테랑 신인’이다. 2015년 유럽 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을 제패했고 지난해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험도 있다.
듬직한 루키 안병훈이 ‘구름 갤러리’로 유명한 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정상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안병훈은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포츠데일TPC(파71·7,266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쓸어담아 6언더파 65타(합계 16언더파 197타)를 쳤다. 첫날 공동 4위로 출발한 그는 2라운드 공동 선두에 이어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차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모두 발 아래에 뒀다. 사흘 동안 보기가 2라운드에서 나온 단 1개였을 만큼 ‘짠물 플레이’가 돋보였다.
PGA 투어 통산 3승이 있는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가 1타 차 2위(15언더파)에 올랐고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재미교포 마이클 김(24) 등 4명이 4타 뒤진 공동 3위(12언더파)에 자리했다.
안병훈은 키 185cm의 탄탄한 체격에서 나오는 평균 317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78%의 높은 그린적중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2번홀(파4) 버디로 포문을 연 그는 3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3.5m 거리에 붙여 이글 기회를 잡았지만 퍼트가 홀을 살짝 빗나가 연속 버디로 만족해야 했다. 전반에 4타를 줄인 그는 후반 들어서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도 과시했다.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안병훈은 11번(파4)과 13번홀(파5)에서 티샷을 러프로 보냈으나 파를 지켜냈고 소란하기로 악명 높은 16번홀(파3)에서도 그린을 놓친 뒤 2m 남짓한 파 퍼트를 침착하게 홀에 떨궜다. 17번홀(파4)에서 다시 타수를 줄여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안병훈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날에도 편안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46위인 안병훈은 유럽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뒀으며 간간이 출전한 미국 PGA 투어 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해 5월 취리히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기록한 준우승이었다. 탁구 커플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17세이던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1년부터 이 대회에 개근 출전하며 3승을 거둔 필 미컬슨(미국)은 6타를 줄이며 공동 12위(10언더파)로 전날보다 순위를 16계단 끌어 올렸고 강성훈(30)은 3타를 잃어 전날 공동 3위에서 공동 35위(6언더파)로 미끄럼을 탔다. 한편 이날 20만4,906명이 대회장을 찾아 사흘 합계 입장객은 59만6,780명으로 집계됐다. 갤러리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이 대회에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61만8,000여명이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