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대출 죄기가 힘을 발휘하면서 지난해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10.8% 증가했다. 지난 2015년(14.0%)과 비교하면 3.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액수로 살펴봐도 2015년 7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8,000억원으로 9조4,000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급등세가 꺾인 것은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에도 세 차례가량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했고 부동산 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대출 옥죄기도 영향을 발휘했다.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등으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하자 지난해 2월 수도권부터 시작해 전국 은행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도입 초반에는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가계부채는 33조6,000억원 늘었는데 증가 폭으로는 2015년 4·4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11월부터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둔화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더욱 떨어뜨릴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종합한 결과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6%대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가계부채 급증세를 이끌었던 집단대출을 포함해 상호금융권까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수협·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오는 3월13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 이들 금융기관은 상환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소득 증빙을 강화하고 LTV가 60%를 넘는 대출은 분할상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