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반이민 행정명령' 대법원 가나…대법관 지명자 인준 격돌 예고

민주 ‘필리버스터’ vs 트럼프, 의결정족수 낮추는 ‘핵옵션’ 주문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도 오바마케어-동성결혼 등 대법원서 결론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오른쪽 3번째)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집회 중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오른쪽 3번째)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집회 중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이 1심 법원과 2심 항소법원의 최종 결정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맞물려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문제도 미 정치권의 더욱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게 됐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이 4일(현지시간) 반이민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건 시애틀 연방지법의 판결에 맞서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시켜달라는 법무부의 긴급요청을 기각하고 항고심 절차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만일 행정명령에 대한 양측의 충돌이 1심과 2심을 거쳐서도 정리되지 못한다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반이민 행정명령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민주당으로서는 닉 고서치 지명자 인준을 막기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낙점한 고서치 지명자는 콜로라도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보수주의자 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고서치 지명자가 대법원에 합류할 경우 보수적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민주당은 현재 내부적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까지 동원해 인준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이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메릭 갈랜드 판사를 무산시킬 때 구상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필리버스터는 의원 누구나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상원에서만 허용된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려면 전체 100명인 상원의원 중에서 60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 52석인 공화당만으로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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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따라 공화당에 대법관 인준에 ‘핵 옵션(nuclear option)’을 동원하라고 공화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핵옵션은 의결정족수를 ‘찬성 60표’에서 ‘단순 과반(51표)’으로 낮추는 제도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규칙 변경 요구에도 ‘원칙’을 지키겠다며 핵옵션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매코널 원내대표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모두 “어떤 식으로든 고서치 인준안을 통과시킨다”고 자신하고 있다.

한편 이전 오바마 정부 때도 민주, 공화 야당이 첨예하게 맞붙은 이슈의 경우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6월 말 대법원이 내린 ‘오바마케어’ 합법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대표적이다.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 건강보험정책으로, 대법원은 공화당 측이 낸 위헌 소송에서 예상을 깨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또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강력한 성(性) 소수자 보호 정책 드라이브 속에 논란이 많았던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합법화 결정을 내렸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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