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105560)이 투자 부실의 대명사였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매각과 보유한 SK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종규 KB 회장 임기가 오는 11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윤 회장이 ‘1등 KB’ 탈환을 위해 후배들에게 난제를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6일 KB금융에 따르면 BCC 매각을 위해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체스나(Tsesna)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KB금융은 상반기 내 BCC은행 지분에 대한 주식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BCC은행은 지난 2008년 9,541억원에 인수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현지 영업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부실에 빠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BCC를 체스나 컨소시엄에 매각하면 그동안 전액 손실처리한 투자금 회수도 일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입장에서는 9년 동안 ‘앓던 이’를 뽑아내게 되는 셈이다. KB금융은 또 보유한 SK 지분 175만주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각 타이밍을 최대한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부터는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돼 지분 매각을 해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고 이익잉여금으로만 재분류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9)이 변경되면 지분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이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을 봐가며 최적의 매각 타이밍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자회사인 KB손해보험 지분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조회공시를 냈지만 금융 업계에서는 염가매수 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지분 취득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은 자사주를 매각한 자금으로 KB손보의 지분을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KB증권(옛 현대증권) 완전자회사 전환 당시와 같이 KB손보와 KB금융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형태로 지분 확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해묵은 과제를 털어내려는 것은 윤 회장의 임기 만료 전에 부담 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KB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윤 회장으로서는 1등 KB 탈환을 위해서도 해묵은 숙제를 자신이 털어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이슈와 관련짓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에 대한 연임 이슈가 7~8월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KB금융으로서는 이에 앞서 리스크 이슈를 제거하고 중요한 사업들에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