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반사이익을 본 안희정 충남지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때 5% 아래에서 머물던 두 사람의 지지율이 10%대를 넘어서며 상승세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답보상태를 보이며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아직 1·2위 간 격차가 20%포인트로 상당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는 MBN 의뢰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 1~3일 전국 성인 1,519명을 대상으로 대선 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지사가 전주보다 6.2%포인트 상승한 13%로 2위를 차지했다고 6일 밝혔다. 황 대행은 전주보다 5.8%포인트 상승하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불과 0.6%포인트로 치열한 2위 경쟁을 예고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전주보다 2.4%포인트 오른 10.9%로 10%대에 진입했다.
전주에 이어 1위 자리를 지킨 문 전 대표는 전주보다 2.8%포인트 오른 31.2%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했지만 상승 폭은 안 지사와 황 대행의 절반에 못 미쳤다.
우선 안 지사와 황 대행의 지지율 급상승은 반 전 총장의 지지층인 충청권과 보수층의 지지율을 흡수한 결과로 분석된다. ‘충청대망론’이었던 반 전 총장의 낙마로 안 지사가 충청 민심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또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의 표심도 안 지사가 일부 흡수했다는 평가다. 충청에 지역구를 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충청에서는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지사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안 지사가 대연정과 같은 중도층을 위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여권 내부에서는 정권을 넘겨주더라도 안 지사는 되지만 문 전 대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제법 나온다”고 말했다.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은 탄핵 국면 속에 한동안 잠잠했던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활동을 재개한 효과로 보인다. ‘문재인 대세론’과 함께 ‘보수 위기론’이 부상하자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수 후보로 꼽혔던 반 전 총장이 ‘진보적 보수주의자’ 등 모호한 정치 성향을 보이자 황 대행의 지지율도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경우 보수층의 표심을 안지 못하면서 외연 확장에 비상이 걸렸다. 안보·경제 정책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탓에 중도층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유력한 정권교체 후보’ 외에 지지율 반등을 위한 모멘텀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