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계가 공동으로 진행한 지난 2003년의 첫 인간 게놈프로젝트 당시 한 명의 게놈(유전정보)을 해독하는 데 3조원이 들었다. 11년 뒤인 2014년 게놈 해독 비용은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앞으로 5년 안에 그 비용은 10만원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낮아진 게놈 해독 비용은 게놈 기술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있다. 2013년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당시 400만원을 들여 유방암예측검사(BRCA)를 했지만 이제 20만원이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의 사망 가능성이 있는 태아 양수검사를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는 산전 임신유전검사는 수십만 원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게놈 정보는 의료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부인 앤 워치츠키가 창업한 23앤드미라는 회사는 20만원 아래의 비용으로 소비자유전학 검사를 제공해 개인의 유전적 이력과 다양한 대사적 특이점 등 개인 건강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분석해 일반인에게 제공한다.
게놈 정보는 신약 개발에도 필수적이다. 다국적 제약사 제넨텍은 23앤드미의 파킨슨병 환자 고객 정보를 600억원에 구매했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10년 계획의 200만명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게놈 정보를 쌓을 계획이다.
개인 게놈 산업은 게놈 해독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는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다국적 제약사 그리고 각국 정부는 엄청난 투자를 하며 개인 게놈 시장 선점을 위해 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게놈 해독 및 분석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정부 규제로 산업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규제는 산업적 경쟁력 약화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발전된 게놈 기술의 혜택을 국민들이 받지 못하는 것이다. 졸리와 달리 우리 국민은 규제 때문에 질병 예측에 게놈 분석을 이용하지 못한다. 산업적 경쟁력 확보,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게놈 산업에 과도한 규제를 걷어낼 때다.
금창원 3billion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