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러 변화땐 제재 풀것"...국제질서 지각변동 오나

펜스 "양국 새관계 구축 가능"

對러 수출 제한적거래 허용 등

제재 완화 가능성 열어놔

러 우방 이란과 관계가 변수

EU도 헝가리·伊 등 반대로

러시아 제재 공조 균열 조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러시아를 두 축으로 한 국제질서의 지각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4년 부과한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지만 러시아의 오랜 우방인 이란과의 관계가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은 대러 제재 연장을 추진하며 기존 질서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 역시 내부 균열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한 기존의 대러 제재가 유지되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은 순전히 러시아의 태도변화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리가 협력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새롭게 할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가 도발을 중단하고 미 정부에 협력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협력한 대가로 대러 제재를 해제할지 여부를 수개월 안에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펜스 부통령이 밝힌 것”이라면서 “이번 발언은 제재 완화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미국 기술기업들이 대러 수출을 위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S)과 제한적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이미 제재 완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이 경제전문가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이 1년 안에 대러 제재 완화에 돌입할 가능성이 60%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미러 관계 설정에는 이란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규탄하기 위한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6년에 걸친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과 함께 정부군을 지원하는 등 이란을 중동외교의 핵심으로 여기며 관리해온 러시아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이란과 ‘거리 두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드미트리 심스 미 국익연구소 회장은 “만약 러시아가 이란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줄인다면 상당한 대러 제재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한 EU의 강경한 자세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이 오는 3월 끝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적자 100여명에 대한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미러 해빙 분위기로 회원국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러 제재 연장 등 EU 전체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헝가리·이탈리아·키프로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EU 지도부의 방침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에 대한 EU의 금융·에너지·방위산업 제재가 “잘못된 접근이며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이날 헝가리 관료의 말을 인용해 “작은 반대지만 헝가리의 확고한 태도가 제재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유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