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가계에 분배되는 비중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기업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기업은 막대한 영업이익에도 현금을 쌓아두면서 가계-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2015년 국민총소득(GNI) 1,565조8,155억원 중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소득은 970조3,642억원으로 62.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2014년 62.1%에서 0.1% 포인트 하락했다. 이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62.9%에서 2009년 62.4%로 떨어진 이후 7년째 60∼62%에서 갇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에는 70∼71%로 해마다 조금씩 등락을 거듭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72.8%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국민 소득에서 가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더 높았던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60%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60%대 초반에서 ‘턱걸이’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상승하는 추세다. 1998년에는 13.9%에 그쳤지만 2002년 21.1%로 처음 20%대로 올라섰고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2년에는 각각 25.8%까지 상승했다. 2015년에는 24.6%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20년 전보다 10%포인트 가깝게 높은 수준이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반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 채 현금을 쌓아두면서 내수 부진의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GNI에서 정부소득 비중은 1998년 당시 13.3%였고 이후 13∼14%대를 계속 오갔다. 2015년에는 13.4%를 기록했다. GNI에서 가계 비중이 작아지고 기업이 커진 것은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한국경제 위기와 구조개혁’이라는 논문에서 “한국에서 소득분배의 순환경로가 막혀 분배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업소득이 국내투자로 연결돼 고용과 가계소득 증대로 선순환됐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에 투자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기 때문에 가계로의 소득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경기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자 대규모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업이 보유한 시중통화량(M2)은 63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거나 정부가 세금을 감면하는 방법, 세금을 통한 기본소득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등 경제 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