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눈보라 퀵써비스

김희업 作



휘날리는 것은 살아 있지

입에 풀칠을 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달라붙는 유혹을 피해

노선마저 변경해야지

죽음만이 정지시킬 수 있는

고요한 속도

빠르게 달린다면 섬마을까지 도착할 테고

어디든 폭삭 주저앉지 말고 가야지


목적지 이탈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임무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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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길 만들어가며 죽도록 달려가지

바람은 야멸차게 살갗 물어뜯으며

무서운 속도를 재촉하지

바람을 등에 업고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하염없이 배달하지

위험한 안부를

눈은 땅이 모락모락 피워 올린 안개 편지에 대한 하늘의 답장이다. 눈보라는 겨울 주민에게 쏟아지는 문자 폭탄이다. 모두를 파묻어버리지만 저 눈석임물을 마시고 봄 생명은 깨어난다. 얼어붙은 길을 달리는 퀵 서비스는 위험하나 멈출 수 없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가고, 네게서 내게로 오는 생명의 안부이기 때문이다. 바람은 싸워야 할 적군이자, 등 밀어주는 우군이다. 위험한 안부일수록 반가운 것은 뜨겁게 관통했기 때문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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