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발생한 종목과 혐의자의 위반 행위까지 일반투자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불공정거래 발생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신속하게 민사상 구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주식시장 불공정거래를 적발해 징계 절차가 마무리돼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종목을 익명 처리한 뒤 결과를 공시했다. 또 모방 범죄 가능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불공정거래 과정도 적시하지 않으며 손실을 본 개별 투자자가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가 불공정거래 발생과 피해 사실을 해당 투자자가 더 빨리 인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종목명과 구체적인 위반 행위의 공표 수단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협의를 통해 불공정거래로 형사 유죄 판결을 받은 악질적 재범자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라도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한다. 형사 처벌을 이미 받은 범죄자가 또다시 불공정거래에 나서 자본시장의 질서를 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더불어 올해 대선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해 ‘정치 테마주’ 적발을 위한 특별조사반을 운영하고 증권방송·인터넷을 통한 불공정거래 행위 감시 체계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기존 주주에 신주인주권을 부여하지 않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실태를 분석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비상장사 기업의 합병 때 적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과대평가 징후 지표(레드 플래그)를 개발해 적용할 방침이다. 김도인 금감원 기업공시국장은 “기업 규모나 재무상태·신용등급에 따라 합병 공시 심사를 위한 차등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비상장사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평가 잣대를 만들어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