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된 지 20~30년 지난 서울 도심 오피스 빌딩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임차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신규 오피스 빌딩 공급으로 임차인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낡은 시설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리모델링 후 건물 가치 상승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중구 장교동 1번지에 위치한 ‘장교 한화빌딩’은 현재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2015년 말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한 이 빌딩은 오는 2019년 하반기에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장교 한화빌딩은 건물 전체 내부 인테리어 개선과 함께 1~3층은 공용공간으로 조성된다.
장교 한화빌딩이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나 인근에 새로 들어서는 오피스 빌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교 한화빌딩이 위치한 을지로 인근에는 2010년 이후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잇따라 준공됐다. 센터원과 페럼타워가 2010년에, 시그니처타워가 2011년에 준공됐으며 지난해에는 대신금융그룹 사옥과 신한생명 사옥, IBK기업은행 제2본점 등이 완공됐다.
종각역에 위치한 종로타워도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1999년 준공된 종로타워는 그동안은 구분소유 빌딩이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싱가포르계 투자가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전체 지분을 인수한 후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지하2층~지상2층에 리테일 공간을 새롭게 꾸미고 지상3~23층인 오피스 공간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매각된 대우조선해양 사옥(1986년 준공)도 저층부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구 서소문동 34에 위치한 연면적 9,979㎡ 규모의 서소문 한화빌딩(1979년 준공)도 지난해 말부터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은 지 20~30년 가까이 된 오피스 빌딩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도심에서 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대거 공급되면서 낡은 빌딩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도심 지역에서 공급된 대형 오피스 빌딩은 20여개에 달한다. 대규모 공급과 경기 악화로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높게 유지되면서 임차인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오래된 빌딩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전경돈 세빌스코리아 대표는 “오피스 빌딩이 리모델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해 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오피스 빌딩은 자산 가치도 높아진다. 종로구 수송동의 수송스퀘어(옛 수송타워)가 좋은 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SK D&D는 2015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550억원(3.3㎡당 1,880만원)에 수송스퀘어를 매입한 후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에 약 3,800억원(3.3㎡당 2,500만원)에 매각했다. 수송스퀘어의 가격이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이처럼 크게 상승한 것은 수평증축과 리모델링 등을 통해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지스와 SK D&D는 증축 비용 약 560억원을 들여 연면적 약 5,527㎡를 늘렸으며 100% 공실이던 빌딩에 SK건설·SK텔레콤·SK가스 등의 임차인을 100% 유치했다. 이를 통해 매입가와 증축비를 제외하고 약 7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빌딩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