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스마트공장이 싫어요", 10초만 늦어도 기록 남고…업무상황 사장에 즉각 보고

직원들 '스마트 스트레스' 몸살

도입사 이직·집단 반발 늘어

생산성 오히려 악화되기도

'올 2배 확대' 정부 계획 차질

재직자 적응훈련 등 병행 필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구축된 생산 현장에서 한 직원이 부품을 투입하고 있다./안산=백주연기자‘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구축된 생산 현장에서 한 직원이 부품을 투입하고 있다./안산=백주연기자





#울산에 있는 자동차부품제조 A사는 최근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업그레이드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로 생산공정을 디지털화한 결과 생산 효율성은 크게 좋아졌다.

생산성이 올라가 임직원 모두 즐거워할 법도 한데 회사 분위기는 불만이 가득하다. ‘스마트 스트레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스템 단말기에 실시간으로 직원들의 생산 효율이 수치로 나타나다 보니 노동 강도가 한층 높아져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 회사의 현장 근로자 한명은 최근 A사를 떠나 인근 지역 내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되지 않은 회사로 옮겼다. 부품을 10초만 늦게 투입해도 곧바로 단말기 화면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공정 지연 주범으로 해당 직원의 이름이 기록돼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올라가 못견뎌했다는 후문이다. A사의 한 직원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업무 상황 데이터가 사장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되면서 마치 판옵티콘(감시탑)에 갇혀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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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센서가 융합된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생산 현장은 직원들의 반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안산 시화공단 내 교량 부품 제조 업체인 B사 역시 홍역을 치렀다.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한 후 경영진이 생산라인별 직원의 한계 생산량(단위 시간 당 생산량)을 계량화해 연봉을 차등지급하려 하다 직원들의 집단 거부에 맞닥뜨렸다.

결국 경영진이 이같은 구상을 포기했지만, 직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생산성이 오히려 더 악화돼 버렸다. B사 대표는 “다른 기업에 비해 스마트공장 도입이 늦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고민이 많다”며 “생산직 인력 구하기가 안 그래도 어려운 데 퇴사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할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2,600개인 스마트 팩토리를 연말까지 5,00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지만, 생산현장의 ‘스마트 스트레스’ 탓에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비협조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서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진행된 산업혁명으로 노동자들이 기계파괴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스마트시스템에 대한 사보타지(태업) 내지 보이콧(집단 거부운동) 현상이 크게 번질 수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제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해 우리도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하다”며 “급작스럽게 변하는 업무 환경에 직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재직자 직업교육훈련을 병행해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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