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마라라고 리조트

0915A38 만파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플로리다 끝자락의 키웨스트에서 나 홀로 휴가를 즐기곤 했다. 그는 ‘보석으로 치장된 감옥’이라는 백악관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키웨스트의 ‘리틀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포커 등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겨울이면 고향인 하와이의 오아후 섬 별장에서 측근들과 골프를 즐기는 바람에 초호화 휴가라는 뒷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래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휴가철마다 따뜻한 곳을 찾아 ‘겨울 백악관’에서 지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털어놓곤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의 마라라고(Mar-a-Lago) 리조트를 겨울 백악관으로 삼고 있다. 마라라고는 방 118개의 초호화 리조트로 원래 포스트 시리얼의 상속녀가 대통령 별장으로 활용하라며 연방정부에 넘겼던 것을 트럼프가 1,000만달러(약 121억원)에 사들였다. 트럼프가 워낙 금색을 좋아해 수영장 내부를 온통 금색으로 도배했는데 현재 2억달러를 웃돌 정도로 값이 올랐다고 한다. 마라라고는 초기만 해도 부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확대하는 등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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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이후 마라라고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와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는 정재계 인사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새해맞이 파티에는 575달러짜리 입장권 800여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가 대통령과 인맥을 쌓으려는 이들에게 일종의 ‘알현(謁見)권’을 판매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리조트 측은 이런 여세를 몰아 새해부터 회원 가입비도 10만달러에서 20만달러로 두 배나 올려받고 있다.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와 골프 회동을 갖고 우의를 다질 예정이다. 트럼프는 “아베가 게임(골프)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베의 선물 보따리에 잔뜩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일본을 상대로 또 어떤 게임을 벌일지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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