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특검팀 등에 따르면 특검은 9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비공개로 실시하기로 대략적인 일정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7일 밤 일부 언론에 조사 일정이 보도되면서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대면조사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특검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이날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는 일체 확인해드릴 수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특검 내부에서는 일정 관련 보도 이후 청와대의 격한 반응을 두고 ‘의도된 수사 지연전략’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있다. 특검은 내부를 점검한 뒤 ‘누설은 우리 쪽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감안하면 청와대가 고의적으로 일정을 언론에 흘린 뒤 이를 이용해 조사에 불응할 계기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특검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됐다. 청와대 압수수색도 사실상 실패한 상황에서 대통령 대면조사까지 미뤄지면 전체 수사 일정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힘겨루기 양상이라지만 ‘시간’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특검이 훨씬 불리한 입장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후 속도를 붙이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지난주 말까지 결정할 예정이었다가 다음주로 미뤄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면조사 일정 변경으로 대기업 뇌물 수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부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특검 핵심 수사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삼성 간 ‘삼자 뇌물’ 의혹 규명은 요원한 상태다. 게다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 대변인은 “수사 진행상황을 전부 정리하고 있는데 시간상으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을 모두 수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