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경기 연천군까지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에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방역 시스템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존의 항체형성률 조사 방식은 한국에서 사육 중인 모든 소 개체 수의 항체형성률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표본조사 주기와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구제역 대응책으로 살처분에만 의존하던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백신 접종으로 정책 노선을 바꿨지만 농가의 전체 사육두수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9만8,000개 농가 중 8~10%에 해당하는 1만 농가만 샘플로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사육두수에 상관없이 농가 한 곳당 무작위 선정한 소 한 마리만 검사하는 방식이다. 검사한 한 마리에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항체형성률이 100%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는 소 전체 사육 마릿수인 314만마리 대비 0.3%에 불과하다. 농가에서 샘플 제출을 위해 한 마리 소에만 백신을 접종해 농가의 항체형성률을 ‘허수’로 보고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재 정부는 사육두수 50마리 이하 농장은 직접 접종을 시행하고 50마리 이상 대형농장은 자율적인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표본조사 방식의 항체형성률이 97.5%라는 기존 통계에 대해 “항체형성률 조사는 양적인 부분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농가당 검사 두수를 한 마리에서 여섯 마리까지 늘리고 검사기간도 4~7개월에서 분기별 검사로 숫자를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먹구구식 보상금 지급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의심 신고를 제때 하거나 평상시 방역 활동에 별다른 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구제역 발생 농가에는 통상 80%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무작위로 채취된 샘플이 아닌 농가에서 제출하는 샘플을 기준으로 백신 접종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접종 시늉만 낸 농가도 보상금을 타낼 수 있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축산농은 영세농민이 아닌 기업인으로 봐야 한다”며 “몇만원을 아끼려고 하다가 수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백신 접종을 비롯한 방역책임 역시 기업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