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장에 ‘싼커(散客)’라는 말이 유행이다. 금한령 등 중국의 보복정책이 지속되는 것과 함께 여행 트렌드가 변하고 한국 관광시장에서 중국인 개별관광객인 싼커의 역할이 커지면서다. ‘유커는 가고 싼커가 온다’는 식이다.
원래 중국어로 ‘싼커’는 ‘음식점이나 가게에 예약 없이 오는 개별 손님’을 말한다. 이것이 관광업에서 전용돼 ‘개별 관광객’을 지칭하게 됐다. 중국 여행업계에서는 대략 5명 이하로 여행상품 구매 없이 관광하는 것을 싼커라 말한다. 한국어로 개별관광객, 영어 표현으로는 ‘FIT(Foreign Independent Tourist)’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관광객’이라고 말할 때 중국어로는 ‘유커(游客)’다. 한국어나 영어나 개인 단위의 관광객에 대해 단어 조합을 만들어 쓰는 데 반해 중국어에는 아예 새로운 단어가 있는 셈이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싼커가 새로운 경험이기도 한다. 지난 2000년대 이전까지 중국이라는 집단사회에서 개인의 존재는 미미했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데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싼커가 이를 대표적으로 말해준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행태도 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 즉 유커라고 하면 ‘깃발부대’ 식으로 단체로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관광시장을 휘저으면서 해당 지역에 충격을 줬다. 수백 명이 면세점 물건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이들을 태운 전세 버스가 도로를 막아버리고는 했다. 깃발부대는 꼭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고 당연히 중국 내에서도 이들의 행동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는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중국도 개인화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나 2~3명씩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당연하다.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소득 향상과 자아의식의 발전에 따라 스스로 독특한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제서야 그런 단계에 왔다고 할 수 있다.
싼커적 현상의 정착은 우리 관광시장의 많은 것을 변하게 할 듯하다. 저가 덤핑 여행상품은 호응을 얻지 못한다.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등 일부 도심에만 몰리는 데서 벗어나 교외나 지방으로 방문지가 확대되고 있다. 관광시장이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것도 줄어들게 된다. 개인 여행을 특정 정부가 의도적으로 통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관광시장도 바뀌어야 한다. 좋은 관광지를 만들어 이런 싼커들이 자발적으로 찾게 해야 하는 것이다. 싼커는 이미 20~30대 중국인의 대세를 차지하고 점차 중년·노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싼커의 비중은 중국인 관광객(유커) 가운데 이미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인터넷을 활용한 직접 마케팅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