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현장 검토본에 교육부에 접수된 의견을 반영한 국정교과서 최종본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정부는 단순 오류부터 친일 반민족 행위의 구체적인 제시 등 학계가 지적한 내용까지 크게 수정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수립’ 표현, 5·18민주화운동 왜곡,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등의 기술 부분에 대한 논쟁은 오히려 커지며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찬반 진영이 더욱 날을 세우고 있다. 국정교과서 찬성 측은 기존 교과서로는 학생들이 좌편향된 역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어 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재단된 부실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며 획일화된 관점으로 역사를 가르치려는 교과서 국정화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얼마 전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지난 1년간의 진통 끝에 완성한 중고등 학생용 국정 역사교과서(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를 간행했다. 한국 ‘5,000년의 역사’를 세계사의 흐름과 함께 발전적·긍정적 시각으로 담아 미래 세대의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 고양과 애국심 함양에 기여하려는 뜻이 깊이 담겨 있다.
교육부가 이전의 검정에서 국정으로 발행체제를 전환하게 된 데는 만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 우선 지난 2003년 간행된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등에서 ‘종북’ 논란이 제기된 후 최근까지도 일부 검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이 문제였나. 우선 1848년 북한은 국가 수립, 남한은 정부 수립이라 기술해 북한에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었다. 북한의 세습 독재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서술한 대신 북한 주민의 참상은 외면했다. 6·25전쟁 도발의 책임이 남북한에 공동으로 있는 듯 서술했다. 천안함 피격을 ‘천안함 침몰’로 표현해 도발의 주체가 모호했다.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에 대해서는 부작용을 부각했다. 북한의 체제 선전용 자료를 비판 없이 인용해 ‘김일성 우상화’의 영향을 간과한 것, 북한의 토지개혁에 대해 한계점을 밝히지 않은 것 등이 그중 일부이다.
이상에 대해 교육부에서 수정을 명령했지만 필자들 일부는 이에 불복했다. 결국 종북 교과서로 내 아이들이 배우게 할 수 없다는 학부모 단체의 비판 등이 겹치면서 교육부는 검정이나 자유발행제가 선진국의 추세이지만 부득불 국정으로 전환하게 됐다.
이번에 간행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바로 이런 부분을 수정해 한국사를 보편적 가치 기준에 입각해 균형 있게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우선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을 명확히 표현했고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점을 명시했다. 다음으로 6·25전쟁은 북한이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도발한 것으로 기술해 북한의 전쟁 도발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성과와 함께 부작용도 균형 있게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한편 북한의 주체사상이 김일성 우상화와 독재에 이용됐음을 밝히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소주제로 구성해 넣었다.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 사실도 명확히 했다. 일제강점기 부분에서는 무장 투쟁 중심의 독립운동사를 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흐름으로 서술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추가했으며 일부 역사교과서에서 간과한 ‘동해’의 표기를 역사 자료를 제시해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 외에 많은 사례가 있지만 위의 내용만으로도 국정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의 가치와 이념에 충실하도록 서술됐으며 과거의 검정 역사교과서에 비해 크게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의 주요 명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훼손하고 일제하의 친일파와 이승만·박정희의 독재 등을 미화할 것이라는 우려 등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해 대한민국이 수립됐음을 분명히 밝혔다. 아울러 일제하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의 소주제를 편성해 다양한 자료와 함께 소개했고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건설과 산업화에 대한 공과 장기 독재로 인한 과를 ‘공7 과3’의 형식으로 균형 있게 서술하고자 했다. 그동안 주장된 친일·독재 미화와는 거리가 멀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꼼꼼히 검토한 내외 학자들로부터는 구성이 좋고 내용도 균형감 있게 잘 서술됐다는 격려도 들려온다. 물론 반대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어떻든 적법 절차에 따라 추진된 국정 역사교과서의 채택을 방해하거나 폐기하라는 주장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바르게 담아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울러 당초 계획과 달리 이전의 역사교과서와 혼용하도록 한 잠정 조치는 교육부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결코 합당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가 기관의 공신력 문제다.
필자가 장기적으로 검정체제 나아가 자유발행제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념 대립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통일 전까지는 부득불 국정체제를 택할 경우도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이며 현재도 휴전 상태임을 간과할 수 없다. 필자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기꺼이 참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을 강력히 주장하는 이유다.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 ·국정역사교과서 집필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