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强달러 예상 했는데..." 환노출형 펀드 투자자 울상

트럼프 '환율 전쟁' 선포에

弱달러 전환...수익률 하락

환헤지형이 2~4%P 높아

환노출 전략 추천 했던

증권사들 슬그머니 발빼



투자자 A씨는 지난해 11월 “2017년에는 달러가 강세”라는 증권사 직원의 설명을 듣고 미국 뱅크론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를 골랐다. 투자 수익에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A씨가 가입한 펀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율 변동의 영향을 막도록 설계된 환헤지형 상품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1개월간은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서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환노출형·환헤지형이 모두 출시된 43개 해외 펀드 대부분은 환헤지형의 수익률이 2~4%포인트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삼성미국인덱스’는 환헤지형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0.87%, 환노출형은 -2.59%로 3.46%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했다. ‘흥국미국배당우선주’ 펀드도 환헤지형의 수익률이 환노출형을 3.94%포인트 앞섰다. 달러 가치는 지난해 말 1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에는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3개월 만에 1,130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달러 강세 전망이 담긴 리포트를 보고 환노출형 펀드를 택한 가입자들에는 악재인 셈이다.

트럼프노믹스가 ‘환율 전쟁’을 선포하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자 수익확대를 위해 환노출 전략을 권했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수익률 확대를 위해 환노출 전략을 선택하며 환노출 펀드를 추천했던 일부 증권사는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자 환헤지를 다시 추천하기도 했다.


달러 가치의 변동은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뿐 아니라 대부분의 환노출형 해외 펀드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펀드, 인도 펀드라도 위안화·루피화로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후 다시 해당 국가의 통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차이나본토’ 펀드 역시 환헤지형의 1개월 수익률이 1.24%, 환노출형은 -2.65%로 3.89%포인트가 차이 났다.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바로 투자하는 일본 펀드 등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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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환율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환헤지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펀드 매니저들도 입장이 엇갈릴 만큼 의견이 분분하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미국·유럽은 대부분의 펀드가 환노출형이지만 이는 기축통화를 쓰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은 한국에서는 환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주식투자 차익을 거두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팀장은 “최근의 투자 트렌드는 해외 주식의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모두 노리는 전략”이라며 “환 자체를 적극적인 투자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중 환전이 이뤄지는데다 환전 비용도 최대 10%에 이를 정도로 비싼 인도·브라질 펀드 등은 대부분 환노출형을 권한다. 환헤지형을 택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만 헤지가 이뤄질 뿐 달러·루피 등 2차 환전 과정에선 환헤지가 되지 않아 반쪽짜리 헤지 효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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