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약 16년 만에 증시에 입성한 벤처캐피털(VC)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가파른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4차 산업혁명을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 ‘제2의 벤처 열풍’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VC로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VC 업체 티에스인베스트먼트(246690)는 이날 전일 대비 3.76% 오른 3,86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장 당시 공모가(1,300원) 대비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달 들어 주가 상승률만 36%에 달한다. 같은 달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DSC인베스트먼트(241520) 역시 이날 7.50% 오른 3,440원에 거래되며 공모가(1,700원)보다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상장한 새내기 기업들의 주가가 올 들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상장 초기 아직 뚜렷한 투자성과가 없음에도 VC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유력 대선후보들이 벤처 창업 등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을 공약으로 내걸며 투자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일 “정부가 나서서 제2의 벤처 붐을 일으켜야 하고 이를 위해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혁신방안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벤처 열풍이 되살아날 경우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자본기반이 취약한 벤처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VC의 황금기가 다시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티에스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대선 테마주로 거론되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VC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차기 정권 이후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며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 열풍을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자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대선 정책 테마주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던 VC 가운데 현재 주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치거나 액면가 수준에 머물러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