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제대로 낚인' 트럼프

쿠웨이트가 미국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좇아 일부 이슬람 국가 국민의 비자 발급을 금지했다는 ‘가짜뉴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보수 언론이 ‘낚이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매체인 ‘더 뉴 아랍’은 지난 1일 쿠웨이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따라 이슬람권 5개국 국민의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바와바’도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기사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 알바와바의 기사를 공유하며 “영리하다(smart)”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와 발을 맞추는 일부 보수 매체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스티븐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대표로 있던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는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우려가 쿠웨이트로 하여금 이러한 조처를 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지지성향의 ‘인포워스’도 “쿠웨이트가 급진적 테러리스트의 이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였다. 쿠웨이트의 비자 발급 금지 정책은 트럼프 행정명령 발동 이전인 2011년부터 실시 됐다. 쿠웨이트 정부는 국영 KUNA통신을 통해 기사 내용을 강력히 부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보도한 매체들은 사실 확인을 요청한 NYT에 일제히 오보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평소보다 조회 수가 크게 올라 만족해하는 눈치라고 NYT는 보도했다.

알바와바의 영문판 편집장 디나 다보우스는 정정기사를 게재했지만 “조회 수가 엄청나서 믿기 어려웠다. 우리는 그 기사에 꽤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