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번엔 자율출퇴근제…신동빈 '쉼 찾는' 근무혁신 '쉼 없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유연근무제 이어

  롯데렌탈 '주5일·40시간 자율근무' 시행

   일·가정 모두 챙겨 업무효율성 높아질 듯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의무화, 여성직원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주 5일·40시간 자율 출퇴근제.’

외국계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재계 순위 5위인 롯데그룹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근무 혁신’ 내용들이다. 틀에 박힌 관습에서 탈피해 유연한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 직원들의 기와 창의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방침이 계열사 현장에 속속들이 전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내 렌털 전문기업인 롯데렌탈은 9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율출퇴근제는 직원들이 하루에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근무 시간을 정해 일하는 방식이다. 주 5일 동안 40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출근과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개인의 상황이나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시간을 정하면 된다. 매주 금요일에 1주일 단위로 차주 근무계획서를 소속 부서장에게 제출하면 사용할 수 있다. 롯데그룹 내에서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는 것은 롯데렌탈이 처음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 간 직원 30% 규모인 291명에 대해 시범 적용해보니 71%가 자율출퇴근제에 만족했고 61%가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의 자율출퇴근제 도입이 최근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롯데그룹은 2015년 ‘라이프사이클 복지제도’를 통해 결혼이나 출산, 자녀 결혼, 은퇴 등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그룹 전 계열사에 30분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같은 해 9월에는 기업문화 개선 위원회를 만들고 투명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만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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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파격적인 실험은 올 들어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월부터는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남자 육아휴직 의무화는 롯데가 최초다. 배우자 출산과 동시에 최소 1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통상임금과 정부지원금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첫 달 통상 임금의 100%를 보전한다. 여성 임직원의 육아휴직 기간도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동빈 회장이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의 성장동력이었던 도전정신과도 궤를 같이한다. 신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슴에 품고 변화와 혁신에 힘써 달라”며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창의력’과 ‘아이디어’라는 점 역시 변화를 빠르게 추진해 가는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패스트 팔로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력과 아이디어”라며 “성장 정체기 기업들이 인사와 근무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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