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선후보의 국채 표시 화폐 변경 공약이 현실화하면 프랑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극우 성향인 FN 고위당직자들이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2조1,000억유로(약 2,600조원) 규모인 프랑스 국가부채의 80%를 새로 발행할 프랑화 표시 채권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비드 라슐린 FN 선거대책위원장은 “정부 부채 중 20%는 국제법 영향 아래 있지만 나머지 80%에 대해서는 표시 화폐를 바꿀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르펜 후보는 지난 4일 발표한 144개 공약집에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와 자국 통화 프랑의 부활을 약속한 바 있다. 르펜은 유로화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과 함께 대체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고 프랑 환율을 이 바스켓에 고정할 계획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 프랑화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될지 알 수 없는데다 유로존 내 경제규모 2위인 프랑스의 탈퇴로 유로화 가치도 급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약 1조7,000억유로어치의 프랑스 국채가 프랑화 표시로 바뀔 경우 프랑스가 최악의 국가 디폴트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리츠 크레이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신용등급담당자는 “(르펜 후보가 당선되면) 프랑스는 국가 디폴트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채 발행주체(프랑스 정부)가 명시된 통화(유로화)로 채무를 변상하겠다는 계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르펜 후보는 오는 4월 1차 투표에서 2위 내에 안착한 뒤 5월 결선투표에서 낙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FT는 최근 프랑스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르펜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