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KBS1 ‘KBS스페셜’에서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파헤쳤다.
제작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문화예술분야 지원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이 문건은 지원 차단을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였다. 1년 동안 공모사업에서 배제된 건수가 총 329건.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문화예술계 탄압이 어떻게 실행됐는지 취재했다.
2014년 3월, 영화 ‘변호인’은 개봉 한 달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 영화제작자는 변호인 이후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지 못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최초로 다룬 독립영화 ‘다이빙벨’을 배급한 배급사는 이 영화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던 지원금이 축소됐고, 2016년에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후 전년 대비 예산이 절반 가량 삭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역대 정권 중 최초로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 실제 취임 후 영화 관람, 한식문화관 개관식 참석하는 등 문화 융성과 관련된 행보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문화융성의 배후에서는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한 배제와 차별이 이뤄졌다는 충격적인 증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위원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제작진에게 공개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의 배후로 B와 K를 지목했다. 문화예술계의 검열에 정부 차원의 개입이 실제로 이루어진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이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이른바 블랙극장을 세웠다. 난방도, 방음도 안 되는 그 곳에서 그들은 공연을 통해 그동안 드러내지 못한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