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2%대 저성장 트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나라 살림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조정되고 수출·설비투자에 따른 환급이 감소해 기업의 부담이 높아진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10일 확정한 ‘2016년 회계연도 총세입·세출’을 보면 총세입은 344조9,961억원, 총세출은 332조2,108억원이었다.
결산상 잉여금은 12조7,853억원, 2015년에서 넘어온 이월금 4조7,535억원을 제외한 세계(歲計)잉여금은 8조318억원에 달했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한 해 동안 거둔 세금으로 편성한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이다. 세계잉여금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2조8,138억원 흑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에는 8조원 이상 남았다.
세계잉여금이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더 걷혔기 때문. 작년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조7,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한 해 나라 살림에 쓰기 위해 편성한 예산(추가경정예산 포함) 대비로는 9조8,000억원이 많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에서만 무려 22조6,000억원이 더 걷혔다. 법인세의 경우 2015년에도 기업 매출은 좋지 않았지만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014년 91조원대에서 2015년 102조원 대로 오히려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는 좋지 않았지만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등은 전년도 귀속분에 대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경기와 실제 세금 내는 기간의 시차에 따른 착시 효과도 있다”며 “올해는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부가세도 소비 증가보다는 수출·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부가세 환급 감소가 세수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이 크게 줄면서 수입 물품에 붙는 부가세(2015년 기준 전체 부가세의 68%) 환급액이 감소해 부가세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더 걷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덜 돌려준 것이 세수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정부의 세수 추계가 잘못됐기 때문에 세계잉여금이 많이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잉여금이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나라 살림에 쓰일 돈이 당해 연도에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결손을 피하기 위해 추경 편성 당시 세입 증액을 보수적으로 한 측면이 있었다”며 “결산 결과 세입 초과와 이월액 감소 등으로 세계잉여금이 예년보다 많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월액은 전년보다 1조2,000억원 줄어든 4조8,000억원, 예산에 편성해놓고 쓰지 못한 불용액은 2,000억원 늘어난 11조원에 달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