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찾은 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 사이로 곧게 뻗은 대로변을 따라 5분여를 걷다 보면 중계근린공원과 마주한다. 평일 낮 추운 날씨 속에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이들이 공원을 찾아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공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공원의 끝자락 언덕에 마치 파묻혀 있는 듯한 모습을 띤 건물은 사람들의 발길이 유난히 끊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주인공은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 형태로 지어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다. 지난 2013년 문을 연 후 연간 6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아파트 숲속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책 얹어놓은 것 같은 기하학적 외관
미술관 야경 지역 랜드마크 자리잡아
◇잔디 언덕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외관=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처음 보면 독특한 외관에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다. 잔디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에 언덕 위로 솟은 두 개의 건물은 마치 책을 얹은 것과 같은 기하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축 콘셉트는 미술관이 위치한 노원구의 지명에서 힌트를 얻었다. 갈대숲이 우거진 평원이라는 지명의 뜻은 숲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를 띤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특히 밤에 아파트 단지에서 미술관을 바라보는 야경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독특한 외관 덕분에 2013년에는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혜경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은 “원래 언덕이 있던 곳을 파 내려가 건물을 올린 것이 아니라 평지였던 지형의 레벨을 올려 언덕과 미술관을 만들었다”며 “건물을 설계했던 한종률 건축가(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의 의도였다”고 전했다.
1층부터 3층까지 출입구만 6개
자연스러운 미술관행 의도 담겨
◇건물 내외부 연결하는 6개의 입구=건물, 특히 미술관의 경우 모든 이동 경로가 한 개의 정문으로 모이게끔 설계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출입객들의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그런 관념적인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지상1층부터 3층까지 건물 곳곳으로 나 있는 출입구만 6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침이나 저녁·휴일 등에 공원을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미술관 내부로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실제 미술관은 1층부터 3층까지 잔디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미술관 3층까지 도착할 수 있다. 그 길 중간중간에 위치한 출입구로 들어가면 곧바로 미술관 내 전시장이나 카페·레스토랑 등으로 이어진다.
미술관 내에서 만난 주부 이씨(36)는 “평소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 산책을 자주 오는데 그때마다 미술관을 방문한다”며 “워낙 자연스럽게 공원과 연결돼 있어 딱딱하고 어려운 미술관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접근성 뛰어나고 프로그램도 다채
세대 구분없이 소통하는 통로 역할
◇조부모부터 손자까지 모두 이용하는 도심 속 쉼터=대부분의 미술관은 영화관이나 연극·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방문하는 것이 보통이다. 재방문 횟수도 1.5~1.6회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이 수치가 6.8회다. 접근성이 워낙 뛰어난데다 내부 프로그램이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덕분. 어린이를 위한 휴식 공간(히트탱크)이나 전시장은 4~7세까지의 이용률이 높고, 공연 등이 자주 열리는 대강당은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이용료가 무료라는 점도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해당 부지는 노원구에서 무료로 영구 임대해줬고 운영비용은 서울시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 운영부장은 “현대 미술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서울미술관은 이를 탈피하려 노력 중”이라며 “미술관을 통해 남녀노소 시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술 문화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져가는 발신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