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한 액션무협활극 ‘혈우’(血雨)가 서울 대학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1일 막을 올렸다. 고려 무신정권의 수장인 최항의 심복이자 고려 최고의 장수인 ‘김준’과 최항의 서자 ‘최의’의 대결을 그린다.
고려에 무신정권이 들어선 지 60여년. 무신정권의 수장 ‘최항’은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김준’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들 ‘최의’는 배신감에 휩싸이고 왕권을 차지해 ‘무신제국’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연극은 정권을 차지하려는 최의와 이에 맞서는 김준의 대결을 중심으로 ‘힘의 정치’가 가져오는 비극을 그린다. 최의와 그의 호위시종 ‘길향’, 최씨 집안의 기녀 ‘안심’과 김준의 로맨스도 곁들여진다. 등장인물은 모두 역사 속 실존인물들이지만, 연극 속 내용은 실제 역사와는 조금씩 다르다.
‘무협활극’을 표방한 작품답게 무술 장면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대극장 무대에서 20여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검투 장면이나 치열한 전투 속 조명을 받은 일부 배우만 슬로우 모션으로 대결하는 장면 등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한민규 작가는 고려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택한 데 대해 “그 시기가 가장 ‘칼(힘)의 정치’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시기라고 생각했다”면서 “오늘날에는 ‘칼’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이어 “힘으로 만들어진 정권이나 체제는 또다시 힘으로 전복되고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그려내려 했다”고 말했다.
2008년 연극 ‘방문자’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김수현이 ‘김준’역을, 2010년 연극 ‘에이미, 내 심장을 쏴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을 받은 김영민이 ‘최의’역을 맡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작품의 창작부터 유통까지 지원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의 연극부문 지원작이다. 이지수 연출. 공연은 26일까지. 입장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