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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심’ 강하늘 “연기를 하는 이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강하늘을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기자인 내가 강하늘을 인터뷰하기란 쉽지 않았다. 최근 강하늘이 상당히 다작을 해서 인터뷰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늘 인터뷰는 항상 강하늘의 매력에 푹 빠진 여자 기자들에게 양보를 해야 했으니 말이다.

15일 개봉하는 김태윤 감독의 영화 ‘재심’의 개봉을 앞두고 드디어 강하늘을 인터뷰할 소중한 기회를 잡게 됐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고는 알게 됐다. 왜 그렇게 강하늘이 사랑받는 배우인지를 말이다.

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 “연기, 하면 할 수록 어렵네요”



영화 ‘재심’에서 강하늘이 연기한 ‘현우’는 강하늘에게는 더욱 특별한 캐릭터였다. 영화 ‘재심’은 2000년 벌어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이고, 강하늘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의문점을 그린 TV 다큐멘터리를 본 후 이 사건에 깊이 관심을 가진 시청자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소재라는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이미 출연을 결심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는 실화 소재라는 것이 오히려 저에게 함정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할 연기는 실화가 아닌 시나리오에 적힌 표현인데, 자꾸 연기를 하면서 제가 이 사건에 대해 가진 생각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자칫 연기도 실화가 될까 걱정이 들었죠. 그래서 뭔가 더 하려고 하지 말고, 덜 하려고 하지 말고 딱 시나리오에 있는 그대로만 하려고 노력했어요.”

강하늘이 연기한 ‘현우’는 택시기사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지만, 사건을 대충 해결하려고 하는 형사 등에 의해 강압적인 수사를 받게 되고 결국 살인범으로 몰리고 만다. 하지만 강하늘이 연기한 ‘현우’는 일반적인 실화영화에서 억울한 피해자의 연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사건현장인 약촌오거리에서 변호사 준영(정우 분)과 현우가 함께 당시 살인사건을 재연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강하늘의 광기어린 눈빛은 혹시 이 사람이 진짜 살인범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그동안 강하늘은 훈훈하고도 시원한 외모로 인해 맑고 착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쎄시봉’의 ‘윤형주’, ‘미생’의 ‘장백기’, ‘동주’의 ‘윤동주’와 같은 인물들이 바로 ‘강하늘’하면 떠오르는 맑고 순수한 그런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현우’는 억울한 피해자면서도 눈에 시종 독기가 강하게 흐른다. 김석윤 감독이 강하늘의 눈빛을 보며 악역을 연기해도 잘 어울릴 눈빛이라고 생각한 것은 결코 틀린 판단이 아니었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는 순박하고 착한 애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잖아요. 저는 ‘재심’을 처음 만날 때부터 그렇게 보이는 것만큼은 정말 싫었어요. 착한 애가 누명을 쓴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안타까움만 들잖아요. 그래서 좀 더 ‘현우’를 양아치 같은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쟤라면 정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할 정도로. 그래서 장발 머리에 제가 일부러 브릿지 염색도 넣고, 문신도 온 몸에 그려넣고 하면서 좀 더 불량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강하늘은 어쩌다보니 ‘쎄시봉’의 ‘윤형주’, ‘동주’의 ‘윤동주’, 그리고 ‘재심’까지 세 작품에서 연속으로 실존인물을 연기하게 됐다. 물론 이것은 강하늘이 노린 결과는 아니다. 그저 강하늘 스스로 시나리오가 좋은 작품,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존인물을 연기하며 강하늘은 그동안보다는 한층 연기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훨씬 큰 성장을 더불어 보여주게 됐다.

“실화영화 중에서 그래도 ‘재심’은 쉬운 편이었어요. ‘재심’이 실화소재이긴 해도 ‘현우’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시나리오 속 가상의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기본적인 사건의 틀을 제외하면 캐릭터는 제가 자유롭게 만들어나갈 여지가 있었죠. 반면 ‘동주’는 윤동주 시인 그 자체를 연기해야했기에 부담감이 컸어요. 연기가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이야기를 이젠 알 것 같더라고요. 한 고비를 넘어서면 쉬울 것 같았는데, 계속 어려워지기만 하는 느낌? 그래도 하면 할 수록 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조금은 제가 연기를 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 “전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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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과의 인터뷰는 즐거웠다. 강하늘은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인터뷰의 분위기를 이끌어 갔고, 크고 시원한 웃음으로 듣는 이를 상쾌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은 어느 정도 자기 방어를 위해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대외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강하늘은 진심으로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요. 그래서 모두 웃으면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사람이니 살다보면 부정적인 생각도 들죠. 그런데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저 혼자 있을 때 하면 되는 거고,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그저 환하게 웃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제 안의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서 웃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전 그렇게 대단한 연기자가 아니에요.”

‘재심’을 통해 강하늘이 크게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의 ‘강하늘’과 평범한 인간 ‘강하늘’을 좀 더 자유롭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재심’이 워낙 친한 사이인 정우와 함께 출연해서 실화 소재 영화임에도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것이 강하늘의 이런 발전을 가능하게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 원래 현장에 가면 웃고 즐기는 성격인데, ‘재심’의 ‘현우’는 암울한 캐릭터라 걱정을 했어요. 근데 확실히 제가 발전했다고 느낀 것이 현장에서 웃고 즐기면서도 마음 속에는 ‘현우’라는 캐릭터에 대한 집중을 확실히 남겨둘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웃고 있다가도 카메라 앞에서는 다시 ‘현우’로서 집중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그런 점이 ‘강하늘’로서는 조금 성장한 부분이죠.”

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영화 ‘재심’ 강하늘 / 사진제공 = 오퍼스픽쳐스


강하늘이 영화 ‘평양성’으로 막 데뷔했을 무렵, ‘평양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인터뷰에서 강하늘에 대해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를 찾아냈는데, 강하늘이라는 친구는 앞으로 이준기보다도 더 크게 될 배우”라고 말했었다. 당시에는 신인배우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의례적인 칭찬이라고 여겼지만, 몇년이 지난 후 이준익 감독의 말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이준익 감독 뿐 아니라 ‘미생’에 함께 출연했던 또래 배우들, 그리고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를 함께 했던 정우, 조정석, 정상훈 등 선배 배우들도 강하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모아서 칭찬하기에 바쁘다. 그가 이처럼 모두에게 ‘호감’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자신을 억지로 꾸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모두를 기분좋게 만드는 행복과 긍정적 사고로 가득한 배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심’ 개봉을 앞두고 영화 속 ‘현우’처럼 억울한 사연이 없었냐는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아요. 근데 전 정말 살면서 그렇게 억울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제가 웃는 것도 가식적으로 웃는 것 아니냐면서 밝게 보이려고 애쓰고,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하는 분도 계세요. 전 되게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그렇게 오해를 해주신다는 것이 억울하다면 억울한 일이겠네요.”

“군대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군대에 당연히 갈 생각이 있고 대한민국 남아라면 한 번 해봐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갈 때가 되면 갈 것이니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자꾸 걱정이 안 되냐고 물어봐요. 하하하.”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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