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며 금융당국도 지금을 제도 확산의 최적기로 보고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자산운용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는 국민연금도 더 이상 미룰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에 대한 정부 간섭 문제, 기관투자가 간 담합, 과도하게 구체적인 원칙 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이 상장사의 의결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로 역할을 다하고 이를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보고하게끔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예정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해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위한 당국의 ‘힘 실어주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4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을 주도하다가 기업의 거센 반발에 못 이겨 민간으로 공을 넘겼던 금융위가 다시 ‘기관투자자 다독이기’에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당초 전국경제인연합 등 기업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이어져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한국형 스큐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자율지침)가 민간 자율협약 방식으로 바뀐 것도 기업의 반대 때문이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기업 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르자 다시 금융위가 나선 것이다. 임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은 시장은 신뢰 회복을,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계기”라며 “금융당국은 유관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제도적 지원을 확대겠다”고 강조했다.
도입 두 달이 지났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률은 제로다. 자산운용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데다 가장 큰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가입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NH아문디·트러스톤·메리츠·라임자산운용·제브라투자자문 등 8곳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최대 자산 보유자인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등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별도로 선정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에 머뭇거렸던 국민연금으로서도 명분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기금 규모가 550조원대인 국민연금을 우회적으로 압박, 끌어들이면 공무원연금·군인공제회 등 연기금을 포함한 다른 주요 기관투자가 역시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다만 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무가 지나칠 경우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은 부담이다. 기업 경영에 대한 연기금 등의 관여가 도를 넘어 권력화될 경우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