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4차산업혁명에 뒤떨어진 교실... 수학 교사가 구형 컴퓨터로 SW교육 해야하는 현실

중국서 30만 SW인재 키울 동안 컴퓨터 교사는 수학, 과학으로 전과

SW교육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정원 문제로 임용 인원 못 늘려

8년 전 구형 컴퓨터로 컴퓨터 교육해야 할 지경

1인당 학생용 PC 0.24대

경기도 내 한 학교의 컴퓨터 실습실에는 노후화된 컴퓨터가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5년 12월 말 기준 경기도 내 각급학교가 보유한 교육용 컴퓨터 10만9,535대 가운데 2006∼2010년 구입분의 46.6%인 5만1,070대로 집계됐다. /연합뉴스경기도 내 한 학교의 컴퓨터 실습실에는 노후화된 컴퓨터가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5년 12월 말 기준 경기도 내 각급학교가 보유한 교육용 컴퓨터 10만9,535대 가운데 2006∼2010년 구입분의 46.6%인 5만1,070대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당장 내년부터 중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교육 의무화하는데 교육청에서는 지난해까지도 정보·컴퓨터(정컴) 교사에게 다른 과목으로 과목 변경을 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경기도 A 중학교 정보컴퓨터 담당 교사)


“워낙 뽑는 인원이 적다 보니 컴퓨터교육학과지만 선배들 중에도 교사가 된 경우는 절반도 안 돼요. 다들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수학교육 등 부전공으로 임용고시를 쳐요.”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재학생)

2000년대 초반 중국은 40여개의 대학에 일 년에 500명씩 총 2만여명의 소프트웨어(SW) 인재를 배출하는 ‘소프트웨어 스쿨’을 설립했다. 모든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고 창의적 문제해결방식에 집중하는 교육과정을 대대적으로 실행했다. 15년이 지난 뒤 SW 인재는 30만명에 육박해 이들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구글과 아마존을 경쟁상대로 삼거나 하루에 1만1,000개가 새로 생겨나는 창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때 정보·컴퓨터 과목을 중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해 2006년까지 정보·컴퓨터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 비중이 79%를 기록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각 시도교육청 선택에 맡기게 되면서 2015년 기준 23%로 떨어졌다. 그 기간 수많은 정보·컴퓨터 교사들이 영어,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전공을 바꿨다. 2015년 전국 중학교 정보·컴퓨터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1,866명의 교사 중 정보·컴퓨터 과목을 여전히 담당하는 교사는 43%인 807명에 불과했다.



내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지만 정작 절반 이상의 교사는 다른 과목 교사를 재교육해 가르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해마다 임용하는 교사의 수는 기획재정부에서 전체 학생 수를 고려해 정하기 때문에 급격히 컴퓨터 과목 교사를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0년까지 복수전공 자격연수 등을 통해 정보 컴퓨터 교사 618명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젊은 컴퓨터 교사를 뽑아 전국에 보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에서 학생 정원에 연동해 교사 수를 정해서 새로 교사를 뽑지 못한다”며 “기존에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던 교사를 컴퓨터 선생님으로 재교육한다고 해서 어떤 혁신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컴퓨터교육학과에도 나타난다. SW 관련 학과는 2010년 1만1,108명에서 2014년 1만1,80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지만 같은 기간 컴퓨터 교육학과는 날로 줄어 한때 전국 18개 대학에 있었던 컴퓨터교육학과가 올해 기준 8개 대학 300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등교사임용 준비생의 절반 이상이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노후화된 컴퓨터 시설도 SW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자유 조립형 전자기기인 아두이노를 활용해 동아리 활동으로 SW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교내 컴퓨터가 2009년 구형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 전자기기를 구형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직의 한 정보교육담당 교사는 “무선 인터넷 환경이 구축 안 된 학교들이 많아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수업을 해도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앱을 설치하지 못하고 끝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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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학교에 컴퓨터 실습실이 없는 곳도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초등학교 94곳, 중학교 78곳 등 총 172곳에 이른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5년도 초중학교 교육 정보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학생용 PC 수도 평균 0.24대에 그친다. 학생용 PC를 보유하고 있어도 구입 시기가 6년이 넘는 게 전체 21.1%를 차지했다. 중학교는 27.6%로 높은 편이다.

정부에서는 6년을 초과한 학생용 컴퓨터를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교체하겠다고 하지만 2018년 SW 교육 의무화 전 완료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교원 부족, 노후화된 시설 속에서 SW 교육이 단순히 코딩을 외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나갈 정보기술(IT) 인재를 키우기 위한 취지와 맞지 않게 된다.

소프트웨어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사 연수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안’을 발의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일부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학생들이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할 능력을 키우기보다 실기만 가르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컴퓨터를 활용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내는 컴퓨팅 사고력을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종록 한국정보통신진흥원장은 “4차 산업에서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만들어나가는 게 핵심”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력을 에너지로 만드는 데 상당수가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기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에는 아이들이 컴퓨터 언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정보·컴퓨터 정교사 자격증 소지 교사의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현황

(단위: 명)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교사 정보·컴퓨터 교과 담당 이외 교사
중학교 807(43.2%) 1,059(56.8%) 1,866
고등학교 2,854(66.7%) 1,424(33.3%) 4,278
*2015년 현황

(자료: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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