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의 복리 마법처럼 10년간 연평균 20% 매출이 늘어나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있다. 1992년 11월 경기도 화성군 향남제약단지에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로 조그맣게 출범한 코스맥스가 창립 24년째인 지난해 매출 1조1,03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수치다.
코스맥스그룹의 2007년 매출액은 985억원이었다. 이듬해 1,366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뒤 성장세는 가속도가 붙었다. 이 여세를 몰아 2012년 3,562억원, 2015년 8,087억원을 넘어 마침내 지난해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이익 성장세도 가파르다. 코스맥스그룹의 주력사인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570억원과 526억원으로 각각 42%와 46.4% 늘었다.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044820)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3.5%와 79% 성장했다.
‘가젤형 고속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동아제약 영업사원, 대웅제약 임원 등으로 2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40대 후반에 늦깎이 창업에 나선 이경수(71·사진) 코스맥스그룹 회장은 주저없이 ‘혁신’을 꼽는다.
코스맥스가 개발한 젤아이라이너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5,000만개가 팔렸다. 거의 모든 화장품 브랜드가 젤아이라이너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아이라이너 시장 판도를 바꿨다. 젤아이라이너는 기존의 연필형태와 붓펜형태의 아이라이너 단점을 보완해 젤크림 형태로 담긴 아이라이너를 전용 브러시로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젤아이라이너처럼 코스맥스가 개발한 화장품 혁신제품은 한둘이 아니다. 이면에는 매년 매출액의 5%를 R&D에 투자한 혁신에 대한 집념이 자리잡고 있다.
혁신이 고속 성장의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글로벌화’다. ‘우물안 개구리’로 내수 시장만 고집했다면, 기하급수적인 매출 증가는 어려웠을 게 뻔하다. 국내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창립 초기 부터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화장품 ODM업체 최초로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유다.
현재 코스맥스 수출 국가는 화장품 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프랑스 등 100여개국에 달한다. 거래 중인 글로벌 고객사도 로레알그룹의 랑콤, 입생로랑 등 100개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일본 화장품 1위 시세이도 그룹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뿐만 아니라 해외 직접 진출도 적극 추진했다. 2005년 상하이 제 1공장을 시작으로 2013년 광저우 공장, 2017년 상하이 제 2공장을 중국에 건설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법인을 통해서만 2,8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31.9% 오른 성과다.
화장품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점도 외형 확장에 기여했다. 코스맥스그룹은 2007년 코스맥스바이오(煎 일진제약)와 2014년 6월 건강기능식품 ODM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을 인수해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제약 부분에도 진출했다.
또 하나의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이 회장은 매출 1조 돌파에 대해 “최근 10년간 연 평균 20% 성장세를 보였는데 창립 25주년인 올해에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발 벗고 뛸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정보통신(IT)을 결합한 화장품 개발에 힘쓸 예정이며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화장품 생산 능력을 확대해 고객사를 더욱 늘려 성장세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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