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손전등 비춘 미일 정상, 기본도 못하는 한국





“세상에나(홀리 몰리·HOLY MOLY) !!!”

13일(현지시간) 투자가이자 배우 리처드 디에가지오는 지난 11일의 긴박했던 저녁 시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그가 있던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트럼프 소유 휴양지 마라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만찬에 참석했던 디에가지오가 그날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에 담은 것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누구와 통화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 뒤 불빛에 의지해 무언가를 보는 아베 총리, 두 사람을 에워싼 보좌관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NHK는 “만찬 도중 급보에 참모들이 뛰어왔다. 두 정상은 손전등을 비추며 진지하게 서류를 읽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어떨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반도 위기 고조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지 않았다. “소집요건에 맞지 않고 과잉대응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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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맞는 부분이 있다. 상황에 따라 때로는 전략적인 반응을 내보일 필요도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걱정은 크다. 세월호 때를 보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주중국 대사는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를 하는 시간에도 누구도 대통령을 채근하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뛰다시피 대통령을 찾는 미일과 우리의 차이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위기는 너무나 많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지형 변화와 북핵 문제, 4월 위기설 등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이제는 우리 정치문화와 관료들의 일 처리 방식도 바뀔 때가 됐다.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위기대응은 참모는 아무 때나 대통령에게 뛰어갈 수 있고 대통령은 어느 때고 달려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15년 7월에 젖은 머리, 머리가 다 마르지 않은 채 달려나가는 사진 본 적 없습니까. 누구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위급하게 대처하지 않습니까”라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울림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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