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드넓은 녹음이 주는 고마움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각종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발걸음으로 한가할 틈 없는 우에노 공원은 공원 문화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하나미(꽃축제)로 사람들이 들끓지만, 평소에도 계절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붐빈다. 개와 산책하는 남녀노소, 조깅하는 주민들, 외국인 관광객들과 우에노 동물원에 놀러온 아이들로 늘 북적이며 활기를 띈다.
우에노의 매력이 이뿐이겠는가. 동경예술대학교와 미술관을 포함한 주위 예술 공간과의 밀집도로 인해 언제나 자연스럽게 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드넓은 녹색의 향연과 예술이 한 몸이 되어 태어난 동경의 오아시스 우에노! 즐거운 소풍을 시작해볼까.
우에노의 라면집 | 아지노토케이다이 라멘(味の時計台 ラ?メン)
우에노역 현관 출구에서 나와 오카치마치 중앙도로에서 첫 번째로 보이는 아지노토케이다이 라멘집을 찾았다. 난 간장 베이스의 쇼유 라면을 좋아하는데 쇼유라면에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맛이 없는 라면집이라도 쇼유라면 국물 맛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무작정 들어간 가게였는데 예상 밖의 맛에 감탄했다. 시원한 국물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맛이었다. 함께 교자를 반찬 삼아 주문했는데, 두 개 모두 맛도 가격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알고 보니 삿뽀로의 그 유명한 ‘맛의 시계탑’이라는 라면집의 분점이라고.
색깔에 따라 라면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라면 자판기에서 티켓을 뽑아서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그림도 함께 있으니 쉽게 먹고 싶은 것을 고를 수 있을 것.
주소 타이토구 우에노 6-13-7 (台東 上野 6-13-7)
전화번호 03-5812-2208
대중교통 우에노역 정면 출구 오카마치 중앙도로 입구방향 도보 3분
지금, 우에노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스팟
▲ 공원 <우에노 공원 광장>
우에노 공원 한복판에는 광장 분수대가 시원하게 솟아오르고 있다. 탁 트인 공간과 우거진 초목 그리고 여유 있게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친 발걸음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곳곳에 설치된 관광 안내판 덕분에 일본어를 몰라도 그림만 보고도 누구나 쉽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동물원과 팬더빵은 우에노의 상징이니 놓치지 말 것.
▲ 공연장 <동경문화회관>
1년 365일 세계적인 아티스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동경문화괴관 대관을 하기 위해서는 약 1년 전에 예약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티켓 예약도 경우에 따라서 6개월에서 1년 전에 해야 관람할 수 있다고. 문화회관과 더불어 국립박물관, 서양미술관, 과학관 등도 함께 즐길 수 있다.
▲ 대학 캠퍼스 <동경예술대학>
일본 예술계와 미술계를 짊어질 차세대 유망주들을 배출하는 동경예술대학 캠퍼스. 학교 명성에 비해 학교 간판이 낡았다고 여겨졌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역시나 속은 꽉 차 있는 예술 학교였다. 무엇보다 학교 안 곳곳에 각종 조각품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언젠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될 젊은이들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 돈가스 전문점 <이센 본점>
쇼와 5년에 창업한 우에노의 대표적인 돈가스 전문점.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예부터 게이샤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 역사를 말해주는 낡은 가게 전경이 멋스럽다. 우연히 이 곳을 찾았을 때 비가 내렸는데, 정갈한 돈가스 정식과 기린맥주의 궁합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 재래시장 <아메 요코 시장>
아메요코 시장은 도쿄인의 마음을 파는 도심 속 장터와 같은 곳이다. 신발부터 장난감, 과일, 빵, 맥주집 등 온갖 것을 다 판매한다. 전통 재래시장 느낌이라 그런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 팥빙수 가게 <안미츠 미하시>
쇼와 23년에 만들어진 일본 전통 팥빙수 가게다. 홋카이도 산 팥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든 팥고물이 담백함과 부드러움으로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차와 함께한 안미츠(あんみつ)라고 불리는 일본식 팥 아이스크림은 정말이지 피로에 지친 여행자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데 딱!
▲ 장어덮밥집 <우나기 캇뽀우 이즈에이 본점>
600년대에 창업한 아주 오랜 역사가 있는 장어덮밥집이다. 토구가와 집안의 8대 장군 요시무네가 즐겨 찾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일본 대표 문인인 모리 오가이, 다니자카 준이치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다. 숯불로 구어 단맛이 가미된 소스를 발라 다섯 번 이상 구운 장어구이 맛은 환상적이다. 실내는 일본 전통 료칸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로 건물 전체가 장어구이집이다.
글, 그림_석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