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실패하며 고배를 마시는 가운데 국내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이 ‘신개념 치료제’로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할 경우 골리앗을 쓰러뜨릴 ‘항체치료제 시장의 다윗’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133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형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 15년 동안 120건이 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쏟아부은 ‘솔라네주맙’이 그 예다. 이 주사제를 맞은 환자들의 뇌영상(PET)에서 쌓여있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줄어든 게 확인됐지만 인지 기능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치매 원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므로 이를 제거하면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도 위협을 받고 있다.
다른 단백질을 겨냥한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뉴라클사이언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년말 설립돼 돌을 갓 넘겼지만 지난해 6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76억여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선도물질 도출 프로젝트로 지난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에도 선정됐다.
이 업체는 고려대학교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성재영 고려대 의대 대학원 교수가 창업했다. 오랜 연구 끝에 신경교세포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딱지’를 제거하면 신경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서 더 나아가 대학 벤처 창업 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의 원리는 이렇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이를 지지하고 영양·물질을 공급하며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접속부(시냅스)를 형성하는 신경교에 흉터가 생긴다. 나머지 신경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인데,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생겨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막아 퇴화하거나 죽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면 치매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목표는 딱지가 생기게 하는 신규 표적단백질(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을 억제하는 최초 신약(First-in-Class) 개발이다. 지금은 다수의 항체치료제 예비후보들을 만든 뒤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에 쓸 후보를 선택하는 단계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물론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제로의 확장성도 크다.
김봉철 대표는 “내년 하반기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해 항체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오는 2019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인데 전임상시험 결과가 좋으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신경이 손상되면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 분비량이 늘어나는 데 혈액에서 이를 감지하는 체외진단키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혈액검사(효소면역검사) 방식으로 혈중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키트에 대해 올 연말쯤 유럽 인증(CE 마크)을 따낸 뒤 미국 치매전문가와 환자·정상인을 정확하게 감별해낼 수 있는 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2019년 미국에서 진단키트 시판허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