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개봉영화] 재심·그레이트 월·그래, 가족·더 큐어·트롤·맨체스터 바이 더 씨

2월 3주차 극장가는 그야말로 입맛따라 골라보기 좋은 다양한 영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한국영화 ‘재심’부터 휴먼 가족드라마 ‘그래, 가족’,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체불명 괴수와의 대결을 그린 블록버스터 ‘그레이트 월’과 뮤지컬 애니메이션 ‘트롤’, 치명적인 비주얼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더 큐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재심(New Trial)



감독 : 김태윤


출연 :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한재영, 민진웅

상영시간 : 119분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목격자이던 10대 소년 현우(강하늘 분)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살인누명을 쓰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억울하게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돈도 빽도 없는 변호사 준영(정우 분)은 대규모 소송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게 되자 변호사로서 돈과 명예를 되찾기 위해 현우의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려고 한다.

영화 ‘재심’은 2000년 벌어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처럼 사건의 목격자임에도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징역을 산 피해자와 일명 ‘재심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의 실화에 휴먼 드라마라는 양념을 첨가해 감동을 배가시킨다.

‘재심’을 더욱 인상깊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미칠 듯한 열연이다. 정우는 인생의 대표작을 ‘바람’에서 ‘재심’으로 바꿔도 될 정도로 생애 최고의 열연을 선보이며, 국민엄마 김해숙의 억척같은 눈물연기나 강하늘의 거친 연기도 관객의 마음을 애잔하게 파고든다. 어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찰지게 강하늘을 고문하던 악덕형사를 연기한 한재영의 연기가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 그레이트 월(長城, The Great Wall)



감독 : 장이모우

출연 : 맷 데이먼, 윌렘 대포, 페드로 파스칼, 유덕화, 루한, 펑위엔

상영시간 : 103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찾아 미지의 땅으로 떠난 최고의 전사 ‘윌리엄’(맷 데이먼 분)과 ‘페로’(페드로 파스칼 분)는 60년마다 존재를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동료들을 잃게 된다. 그들은 괴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유일한 장벽인 ‘그레이트 월’을 지키는 인류 최정예 특수부대 ‘네임리스 오더’와 만나게 되면서 인류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네임리스 오더’와 함께 괴물과 맞서 싸우게 된다.

‘그레이트 월’은 ‘영웅’을 연출한 중국 5세대의 대표 거장 장이모우가 할리우드의 대자본과 손잡고 만든 이종격투기와 같은 영화다. 중국의 만리장성이 사실 정체불명의 괴물을 막기 위해 세운 것으로, 인류를 지키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상상력에서 이미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맷 데이먼부터 윌렘 대포, 페드로 파스칼 등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과 유덕화, 펑위엔, 엑소(EXO)의 전멤버인 루한 등 중국 스타들의 조합은 제법 신선하다. 또한 거대하면서도 미학적인 액션을 만들 줄 아는 거장 장이모우의 장기 역시 유감없이 드러난다.

■ 그래, 가족(My Little Brother)



감독 : 마대윤

출연 : 이요원, 정만식, 이솜, 정준원

상영시간 : 106분

번듯한 직장이 없는 철부지 장남 성호(정만식 분), 기자라며 잘난 체 해도 결국 흙수저인 둘째 수경(이요원 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셋째 주미(이솜 분). 닮기는커녕 달라도 너무 다른 오 씨 남매 앞에 갑자기 아버지의 부고와 함께 존재조차 모르던 11살 막둥이 오낙(정준원 분)이 나타나면서 네 남매가 되어버렸다.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지내던 남매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막둥이의 처리문제로 골치 아파한다.

‘그래, 가족’은 이야기를 보면 이미 결말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뻔하고 착한 가족영화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장점은 이야기를 뻔히 짐작하면서도 결국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에 있기도 하다.


‘그래, 가족’은 이 힘을 캐릭터에서 가져온다. 너무나도 대조적인 삼남매 정만식, 이요원, 이솜의 모습에 이제 겨우 11살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며 능청맞게 연기하는 애늙은이 정준영의 연기는 ‘그래, 가족’을 뻔하지만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로 만드는데 톡톡히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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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큐어(A Cure for Wellness)



감독 : 고어 버빈스키

출연 : 데인 드한, 미아 고스, 제이슨 아이삭스

상영시간 : 146분

야심 많은 젊은 간부 록하트(데인 드한 분)는 의문의 편지를 남긴 채 떠나버린 CEO를 찾아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웰니스 센터’로 향한다. 록하트는 웰니스 센터의 특별한 치료법에 의심을 품지만,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하며 정작 본인이 웰니스 센터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록하트는 웰니스 센터의 비밀을 파헤쳐가며 알 수 없는 일들과 마주하게 된다.

할리우드판 ‘링’과 ‘캐리비안의 해적’ 1-3부를 연출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이번에는 장면 하나하나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미스터리 스릴러 ‘더 큐어’를 들고 돌아왔다. 146분이라는 제법 긴 상영시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처럼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촬영과 편집, 그리고 무겁게 숨을 짓누르는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146분이라는 시간을 훌쩍 지나가게 만든다.

‘더 큐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주목받는 데인 드한의 신경질적인 연기,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루시우스 말포이’를 연기한 제이슨 아이삭스의 놀랍도록 세련되고 정중한 연기의 맞대결이다. 이 사이에 신예 미아 고스의 신비로운 연기가 더해지며 관객을 숨막히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이끈다.

■ 트롤(Trolls)



감독 : 마이크 미첼, 월트 도른

출연 :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이 디샤넬

상영시간 : 92분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트롤 왕국에 우울종결자 ‘버겐’이 쳐들어오 친구들을 납치하자, 트롤왕국의 공주인 ‘파피’는 걱정병 친구 ‘브랜치’와 함께 ‘버겐’에게 납치당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트롤’은 ‘슈렉’과 ‘쿵푸 팬더’ 시리즈를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의 명가 드림웍스(Dreamworks)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노래실력만큼은 할리우드 배우 중 최고실력자 중 한 명인 안나 켄드릭과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빌보드를 지배한 인기 아이돌 스타 엔 씽크(N Synk)의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맡았다.

‘트롤’은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Can’t Stop the Feeling’가 영화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주제가상 수상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캐릭터들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귀엽지는 않지만 음악 하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판 더빙은 박형식과 이성경이 맡았다.

■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감독 : 케네스 로너건

출연 : 케이시 애플렉, 미셸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상영시간 : 137분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며 혼자 사는 ‘리’(케이시 애플렉 분)는 형인 ‘조’(카일 챈들러 분)가 심부전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한다. ‘리’는 형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이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 분)의 후견인으로 지목된 사실을 알게 된다. ‘리’는 조카와 함께 보스턴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패트릭’은 떠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해 결국 이들은 맨체스터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리’에게 전 부인 ‘랜디’(미셸 윌리엄스)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리’는 잊었던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라라랜드’의 압도적 독주가 예상되는 이번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라라랜드’의 빅 파이브(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각본) 수상을 저지할 가장 유력한 후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영국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이제는 벤 애플렉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이라는 말보다 케이시 애플렉의 형 벤 애플렉이라고 불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더욱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만이 아니다. ‘유 캔 카운트 온 미’라는 매우 인상적인 데뷔작을 연출했던 케네스 로너건 감독이 오랜만에 다시 연출을 하며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치유되지 않는 슬픔을 매우 깊이있게 그려낸다. 사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아카데미시상식 남우주연상 뿐 아니라 작품상에서도 ‘라라랜드’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작이 될 것이다.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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