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숨은 실업자’에 포함된다. 숨은 실업자란 취업준비생, 공시생 등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를 의미한다. 지난 해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대 실업자 수는 34만2천명이고 실업률은 8.4%였다. 하지만 8일 유경준 통계청장이 공개한 ‘청년층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 적용)은 22.0%였음을 고려한다면 김씨와 같은 20대 숨은 실업자 수는 발표된 실업자 수를 훨씬 뛰어넘게 된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양극화 문제가 겹치기 때문
구직자를 만족시킬만한 ‘양질의 일자리’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숨은 실업자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양질의 일자리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적정한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젊은 세대는 이에 ‘일과 삶의 균형’과 같은 조건을 덧붙인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대기업들은 올해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 10대 대기업 중 올해 채용일정을 발표한 곳은 SK와 한화, GS 등 3곳에 불과하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918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2017년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힌 상장사 410곳(44.66%)의 총 채용규모는 4만5,405명이었다. 이는 이들 기업이 지난 해 뽑은 4만7,916명 대비 5.24% 줄어든 수치다. 326곳(35.51%)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현재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많은 인원을 채용할 확률은 높지 않다. 182곳(19.83%)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자리 수준 격차 또한 ‘숨은 실업자’들을 양산한다. 중소 유통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소희(26·가명)씨는 올 초 대학 동기 모임에 다녀온 후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대형 통신사에서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A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A씨는 훨씬 적은 시간 근무하며 김씨보다 높은 월급을 받고 있었다. 휴가를 비롯한 복지수준도 차이가 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취업준비생 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임 모(27)씨는 “조건이 좋지 않은 회사에 들어가면 박탈감만 들고 자기 개발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이직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처음 바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숨은 실업자 늘어난 만큼 취업 장벽은 더욱 높아져
일자리는 부족한데 숨은 실업자들은 누적되며 취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취준생 중에 토익 900점 밑인 사람들이 없네요” 강남역 근처 한 토익학원 오리엔테이션을 다녀온 장현주(27)씨가 하소연했다. 장기간 구직시장에 적체 현상이 발생하며 고(高)스펙의 구직자들이 늘어났다. 이는 구직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가중한다.
과도한 경쟁 상황 속에서 다른 진로를 모색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박 모(26)씨는 “사기업 채용 기준을 모르겠을뿐더러 내 학벌로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항공사를 준비하던 강 모(26)씨는 올해 중소 계열사로 눈을 돌렸다. “나이도 스펙인데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경쟁력이 사라진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모(27)씨는 “원하는 수준의 회사 취업에 실패해 대학원에 진학했다”며 현재 대학원에 본인과 같은 경우가 여럿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