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의 경우 최근 1년 새 16만개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 노력을 멈춘 구직단념자가 1월 58만9,000명으로 201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는 지난 1년간 일자리를 구하다가 실패해 취업 노력을 포기한 사람을 말하며 ‘실망실업자’라고 한다. 최소한 구직 노력은 계속하는 일반 실업자보다 질이 나쁜 실업자인 셈이다.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9월만 해도 41만4,000명에 그쳤으나 4개월 새 약 17만명 불어났다. 구직단념자의 대부분은 청년층이다. 실제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에 포함시킨 ‘청년층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22.5%로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2015년 1월은 21.8%, 2016년 1월은 21.9%였다.
반면 올 1월 청년 실업률은 8.9%로 지난해보다 0.9%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이는 구직단념자가 늘어난 데 따른 착시효과다. 실업률은 구직단념자를 실업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기업 채용 수요가 줄면서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위축됐고 이것이 실업률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체 취업시장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100만9,000명으로 6개월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취업자 증가 수도 24만3,000명에 그쳐 지난해 2월(22만3,000명) 이후 가장 저조했다. 전체 실업률도 3.8%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올랐다.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가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시한 각종 정책들이 약발이 듣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제조업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가 16만개 사라졌다. 이런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7월(17만3,000명 감소)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제조업 일자리는 2016년 7월 이후 매월 마이너스이며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자영업자 수가 급증하는 것도 전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과당경쟁이 심화돼 제2의 폐업, 실업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계속 감소 추세에 있었으나 이후 오름세로 바뀌어 8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지난해보다 16만9,000명이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 소비 침체에 대외적 정치·경제 리스크 등이 계속되고 있어 올 한 해는 고용 침체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정 조기 집행, 소비·투자 활성화 등으로 경기·고용 위축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고용디딤돌 활성화 등 청년·여성 취업 연계를 강화하고 청년 일자리 대책을 종합 평가해 다음달 중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